'성소수자 축복' 이동환 목사, '정직 2년'에 소송냈지만 각하
법원 "효력 여부만 다툴 뿐 손해배상 등 구체적 권리 주장 안 해"
"기본권 제한되지만 종교단체 자율권도 보장돼야"…목사 측 반발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에게 축복 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교단에서 정직 2년 처분을 받은 이동환 목사가 기독교대한감리회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각하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김형철)는 21일 이 목사가 기독교대한감리회를 상대로 "총회 재판 위원회 판결을 무효로 해달라"고 낸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이 목사는 정직으로 교회를 운영할 수 없었고 생계가 어렵다고 했지만 효력 여부를 다툴 뿐 손해배상 청구 등 구체적 권리 주장을 하지 않아 확인의 이익이 없다"며 "또 (이 목사 측은) 정직 판결이 이후 출교 판결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주장하지만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본안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 목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이 목사 측은 성소수자 축복 내용이 인격권·행복추구권을 표현한 것에 불과해 동성애 찬성·동조에 해당하지 않고, 교단의 판단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교단 측은 교단의 판단이 종교적 해석의 범위 안에 있으므로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이 목사 측은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 혐오, 배제에 반대하는 의식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종교의 자유에 따라 종교단체의 규정에 대해서도 자율권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로 대립하는 기본권을 주장하는 기본권 충돌에 대한 것으로서 둘 사이의 실체적 조화를 꾀하는 해석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가치 판단을 차치하더라도 축복 사실이 동성애에 대한 찬성 행위에 객관적으로 포섭될 수 있다"며 "위법하게 처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이 목사 측은 반발하면서 항소 등을 예고했다.
이 목사를 대리하는 최새얀 변호사는 이날 선고 뒤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교정한 것을 어떻게 기본권 보장의 문제로 보는가"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기계적으로 두 기본권을 판단한 것이 2024년에 나올 수 있는 판단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022년 감리회 총회재판위원회는 이 목사가 2019년 열린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의 중징계를 확정했다.
이후 이 목사는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금지한 '교리와 장정'(감리회법) 제3조 8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감리회 경기연회로부터 가장 높은 처벌인 출교 처분을 받았다.
이 목사는 두 처분에 대해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출교 판결의 경우 지난달 효력이 정지됐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11부(부장판사 송준호)는 이 목사가 감리회 경기연회를 상대로 낸 출교 처분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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