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형물 빼야 해요" "싫어요"…코성형 후각 상실 환자의 2억 패소 이유

법원, "치료 방치로 후각 소실" 환자 청구 손해배상 기각
성형수술 후 세균 감염 "제거 요구 거절…병원 과실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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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코 성형 수술 부작용에 대한 병원의 늑장 대응으로 후각이 상실됐다는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억대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 강신영 판사는 환자 A 씨가 B 대학병원과 담당의를 상대로 제기한 2억 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06년 한 차례 코 성형 수술을 한 A 씨는 2013년 다른 병원에서 코에 넣은 보형물을 바꾸는 재수술을 받았다.

이후 2015년 A 씨는 코에 염증이 생기고 분비물이 나온다며 B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수술 부위가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고, 감염 부위에는 일반적인 항생제로는 치료할 수 없는 '슈퍼 박테리아'로 불리는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등 세균이 검출됐다.

이에 병원은 완치를 위해 보형물의 제거가 필요하다고 권유했지만, A 씨는 이를 거절했다.

A 씨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B 병원을 여러 차례 찾았다. 병원에선 여러 차례 보형물을 제거하지 않으면 치료될 수 없다며 수술을 권유했지만, A 씨는 계속해서 거절했다.

결국 A 씨는 진단 두 달 후에야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때 MRSA 치료를 위한 항생제 반코마이신을 투여받았다.

하지만 A 씨는 수술 이후 후각에 이상을 호소했고, 결국 후각 소실 진단을 받았다.

A 씨는 "MRSA 감염 확인 즉시 반코마이신을 투여했어야 했음에도 다른 항생제만 투여한 채 105일이 넘는 기간 방치했다"며 "장기간 MRSA에 감염돼 보형물 제거 수술 후에도 균이 남아 후각 소실이 초래됐다"고 B 병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즉시 반코마이신 처방을 하지 않는 등 치료를 지연했거나, A 씨의 입원 치료를 부당하게 거절, 조치 의무를 위반하는 등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 씨의 분비물에 대한 균배양검사 결과 균이 검출됐으므로 이 경우 가장 확실한 치료는 보형물 제거이며, 보형물에는 혈류가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생제 치료만으로 호전될 가능성이 적다"며 "균배양검사 결과 후 바로 반코마이신을 적용했다고 하더라도, 보형물을 제거하지 않을 정도로 A 씨의 상태가 호전됐을 것이라 확신할 수 없고, 반코마이신을 적용하지 않은 기간 동안 코 염증 상태가 악화됐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감염내과 감정결과에 의하면 감염 발생 부위와 후각세포 말단 부위가 해부학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균배양검사에서 MRSA가 검출됐다고 해서 이 균이 감염을 일으킨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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