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의혹' 삼바, 6년만에 승소…증선위 '항소' 변수

法 "처분 기초사실 잘못돼 전부 취소"…에피스 회계처리 변겅 '비정상'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14일 삼성바이오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시정 요구 등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에 내린 2차 제재 처분에 관한 것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선웅 서한샘 기자 = 법원이 고의 분식회계 관련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려진 금융당국 제재를 취소하라고 판결하면서도 일부 혐의를 인정,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의 판단과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이 이 회장의 2심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이 회장 형사 1심 무죄 판결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과정만을 근거로 한 것이 아니라, 지배력 변경 자체의 타당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한 것인 만큼 2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소송제기 6년 만에 삼성 승소 판결…"처분 모두 취소해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14일 삼성바이오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시정 요구(2차 제재) 등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소송 제기 6년 만에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에 내려진 80억 원 과징금과 김태한 전 대표에게 부과된 과징금 1600만 원이 모두 취소됐다.

재판부는 2012~2014년 재무제표 작성·공시에 있어서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지배하는데도 이를 종속기업으로 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등 고위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는 증선위 판단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단독 지배했다고 봐 종속기업으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은 원칙중심 회계 기준상 재량권 범위 내에 있다"며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합작투자 자체로 공동지배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실질적 권리에 해당해 지배력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증선위 처분은 2014년까지 회계처리에 제재 사유가 있다는 잘못된 기초 사실을 전제로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처분 전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봤다.

한편 이윤수 증선위원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법원 판결은 존중하고, 판결문 입수해서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형사소송에서 검찰이 항소한 만큼 금감원, 법무부와 합의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식회계' 혐의 일부 인정…임의적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 지적

다만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자 현재 이 회장이 받고 있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에피스 지배력 변경이 있었던 것처럼 회계 처리를 해 투자 주식을 공정가치로 부당 평가하고 관련 자산과 자기자본을 과대 계상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는 지배력 상실의 근거가 되는 사실이 발생한 날을 기준으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자본잠식 등 문제 회피)을 가지고 특정일 이후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할 것을 정해놨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근거자료를 임의로 만들어내기까지 했다"며 "특정 결론을 정해놓고 사후 합리화를 위해 회계처리를 하는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치고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4.6.1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분식회계 없었다' 이재용 1심 판결과 '온도차'

당장 1심 승소로 삼성바이오는 한숨을 돌렸지만, 합병 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관련 의혹으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는 이 회장에게는 변수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19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삼성바이오가 2012·2014회계연도에 에피스에 대한 단독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2015회계연도에 콜옵션이 실질적인 권리가 됨에 따라 바이오젠과 함께 에피스를 공동으로 지배하게 된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2015년도에 콜옵션이 실질적 권리가 되었고, 에피스 기업가치에 본질적인 변화가 있었으므로 삼성바이오는 콜옵션을 고려해 지배력 보유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주주총회 의결 요건이 52%로 강화돼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충분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었으므로 바이오젠과 함께 공동 지배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12·2014회계연도에 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회계처리를 하다가 2015회계연도에 관계 기업 투자 주식으로 분류한 점, 또 공정가치로 인식하고 그에 따른 평가손익을 인식한 점 등은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 아니라며 사실상 분식 회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2011년 설립 이후 줄곧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가 상장 직전인 2015년 1조 9000억 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당시 삼성바이오는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지분가치를 2900억 원에서 4조8000억 원으로 재평가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에피스의 콜옵션을 바이오젠에 부여하고도 이를 일부러 공시하지 않았다며 최고재무책임자(CFO)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검찰 고발 등 제재를 의결했다. 같은 해 11월에도 2차로 재무제표 재작성, 최고경영자(CEO) 해임 권고와 과징금 80억 원 부과 등 2차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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