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사주 '이팀장' "지시 주도한 건 '김실장'"
본인 운영 '불법 온라인 사이트' 이름 낙서 지시한 혐의
"공모했지만 주도 안해"…검찰 "김실장 실존 소명 못해"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10대 학생들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온라인 사이트 이름 등을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일명 '이팀장' 강 모 씨(30)가 낙서 지시를 주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 씨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현경) 심리로 열린 문화재 보호법 위반 등 혐의 첫 재판에서 "제가 주도적으로 낙서를 하라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모한 것은 맞지만 (10대 학생들에게) 주도적으로 지시한 것은 '김실장'"이라고 덧붙였다.
강 씨의 변호인 역시 "공소사실 전체에 대해 인정하지만 단독으로 불법 사이트를 운영한 것은 아니어서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강 씨가 '김실장'의 존재에 대해 말했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버려 특정할 자료가 없다"며 "'김실장'의 실존에 대해 소명을 못 하고 있어서 검찰 측은 김실장의 존재가 없는 것으로 봤다"고 반박했다.
강 씨의 사주를 받아 경복궁에 낙서한 임 모 군(17)과 강 씨의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범행을 도운 조 모 씨(19) 측은 "혐의를 일단 인정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다음 기일에 밝히기로 했다. 또 다른 낙서범으로 지목된 김 모 양(16)은 재판을 분리 진행하기로 했다.
강 씨는 지난해 12월 임 군에게 10만 원을 송금하고 경복궁 영추문, 국립고궁박물관, 서울경찰청 담장에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명이 기재된 약 30m 문구를 페인트로 낙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각종 영상 공유 사이트를 운영하며 영화 등 타인 저작물, 음란물, 불법 촬영물,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배포한 혐의도 있다.
강 씨는 지난 5월 구속 상태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요청해 수갑이 풀린 상태를 틈타 도주하기도 했다.
김 양은 강 씨와 임 군의 범행 도구 구매 현장, 범행 현장에 동행하고 홍보 효과를 위해 언론사에 범행 사실을 제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씨는 강 씨가 타인 저작물을 배포하는 데 사이트 운영 경비를 결제하는 등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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