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다음달 첫 재판…핵심 쟁점 두 가지 '시세조종·공모 여부'

카카오 "정상적 장내매수" vs 검찰 "불법 시세조종" 법리 공방 예고
김 위원장 '직접 지시' 여부 쟁점…앞선 배재현 재판에 영향 불가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 당시 경쟁자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 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2024.7.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다음 달 11일부터 시작되는 공판에서 시세조종 성립 여부와 함께 지시·공모 여부를 둘러싼 검찰과 날 선 법리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먼저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시세조종' 혐의 성립 여부가 김 위원장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앞선 배 대표의 재판에도 이목이 쏠린다.

◇"정상적 장내매수" vs "불법 시세조종"

10일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16∼17일, 27~28일 4일간 배 전 대표,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약 2400억 원의 SM엔터 주식을 총 553회에 걸쳐 시세조종 한 혐의를 받는다. SM엔터 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은밀하게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반면 김 위원장 측은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한 셈이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향후 재판에서는 김 위원장의 행위가 시세조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법리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특히 카카오 그룹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려는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행동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관건이다.

시세 조종과 관련해 검찰이 김 위원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자본시장법 176조 3항이다. 해당 조항은 '상장증권 등의 시세를 고정하거나 안정시킬 목적으로 증권을 매매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도 해당 조항에 대한 법리 다툼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기자들과 만나 "고가 매수 주문, 물량소진 주문, 종가 관여 주문 등 전형적 시세조종 양태를 확인했다"며 "판례에 따라 충분히 혐의를 소명했다"고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김 위원장과 같은 혐의를 받는 배 전 대표와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는 앞서 구속 기소됐다가 이후 각각 지난 3월과 지난달 22일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받고 있다.

주가 시세조종 관여 의혹이 제기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18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0.1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지시·공모 여부 핵심…앞 재판 결과 달렸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재판의 쟁점이 시세조종보다는 김 위원장의 '지시·공모' 여부에 달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세조종 여부는 먼저 기소된 배 전 대표의 재판에서 이미 다투고 있는 만큼 이번 재판에서는 김 위원장의 직접 지시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직접적으로 시세조종을 지시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보고받은 뒤 승인했는지에 따라서도 의미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배 전 대표 재판 증인신문에서는 '김 위원장이 의사결정을 승인했다'는 결정적 진술이 나오기도 했다. 향후 열릴 재판에서는 이러한 증언에 대한 물증 제시와 신빙성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진행되고 있는 배 전 대표 재판 결과가 김 위원장 재판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높다. 만약 배 전 대표 재판에서 카카오의 행위가 시세조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나올 경우, 김 위원장의 '시세조종 지시·공모' 혐의도 성립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재판은 배 전 대표와 같은 재판부인 형사합의13부(양환승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현재 배 전 대표 측은 "인수합병(M&A) 상황에서 이뤄진 기업의 정상적 장내 매수"라며 시세조종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김 위원장의 지시, 공모 혐의는 따져볼 것 없이 무죄가 되는 것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카카오는 수평 문화를 중시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탑다운 형식의 의사결정과는 다른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조직문화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이들의 공모 행위를 어떻게 평가할지도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