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통신조회 논란에 거세진 영장주의 요구…인력·예산은 어쩌나
정치권 목소리에 檢 "사찰이라면 통지 필요도 없다" 반발
"수사기관 통제 없는 상황"…"판·검사 증원으로 해결해야"
- 정재민 기자,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김기성 기자 = 검찰이 올해 초 야당 의원과 언론인을 무더기 통신 조회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이는 가운데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법원의 영장주의를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선 국회 입법과 함께 검찰과 법원의 인력과 예산 확충이 선결 과제란 지적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대선 개입 여론조작 의혹 수사 과정에서 지난 1월 다수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통신이용자 정보를 조회해 7개월이 지난 이달 초 조회 사실을 통보해 야당의 반발을 샀다.
검찰은 단순 통신가입자 조회를 실시한 것이지 통화 내역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검찰청은 지난 4일 입장문을 통해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적법하게 통신영장을 집행했다"며 "피의자 및 참고인의 통화 상대방에 다른 언론인들과 정치인들이 포함돼 있어 가입자 조회가 이뤄진 것이며, 사찰이나 표적 수사라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꾸 사찰이라고 얘기하는 데 사찰한다면 굳이 통지할 필요도 없다"며 "통신사실 확인 자료와 통신 이용자 정보를 묶어 자꾸 사찰이라고 하는데 완전히 다르다"고 항변했다.
통신 이용자 정보 자료는 수사기관이 법원 허가 없이 통신사로부터 단순 가입 정보를 받는 것일 뿐 영장을 통해 받을 수 있는 통신사실 확인 자료와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반발한 야당은 '통신사찰 피해 신고 센터'를 운영하기로 했고,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묻지마 사찰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당 일각에서도 수사기관의 통신 조회에 대해 통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에 동조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회에서 이번 기회에 입법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사생활 영역은 영장주의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법 과정에서 보다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일단 검사가 판사에게 검사를 한 번이라도 받아야 한다면 형식적일지라도 자기 통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현재) 수사기관에 대한 사전 통제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통신 이용자 정보 자료는 사후통지 말고는 당사자가 알 길이 없지만 통신 사실 확인 자료는 법원 허가를 받으니 사전 통제를 받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통신 이용자 정보 자체는 통신 비밀은 아니지만 이 정보들이 통신 비밀 보호를 받는 정보로 접근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며 "통신 이용자 정보도 상응하는 통제가 필요하다. 통제가 없으니 이번과 같은 광범위한 조회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 내 입법 절차와 함께 통신 정보 조회 수요가 상당한 만큼 법원 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 교수는 "현재 인력과 조직으론 불가능하다"며 "지금이라도 법관 증원을 하고 여야가 합의해서 영장주의를 적용해 법원 심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가입자 조회 등 검경 수사 과정에서 그런 일을 일일이 하긴 어렵다"며 "사회적 비용과 시간 등 업무량이 엄청나게 늘게 될 것으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반박했다.
ddakbo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