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승강기 파손한 장애인단체 대표 집행유예 1년 선고

(서울=뉴스1) 박혜연 김민재 기자 = 시위를 하다 전동휠체어로 엘리베이터를 들이받아 엘리베이터 문을 파손한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55)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8단독 이준석 판사는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2월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입주해 있는 서울 송파구 건물을 무단으로 점유해 시위하는 과정에서 6호기 승강기 출입문을 자신이 타고 있던 전동휠체어로 강하게 들이받아 파손한 혐의를 받는다.

이 대표는 또 같은 날 이 건물의 1층 승강기 옆 대리석 벽면을 전동휠체어로 들이받아 파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승강기 문과 대리석 벽면 수리비는 각각 660만 원과 270만 원으로 총 피해금액은 930만 원이 나왔다.

당시 이 대표를 포함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혈우병 고가 치료제 '헴브리라'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촉구하기 위해 심평원 서울지원에서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은 재판 과정에서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 취지의 주장을 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에도 전동휠체어에 탑승한 상태에서 (휠체어) 앞부분으로 경찰관을 들이받아 폭행해 공무집행방해죄 등 범죄사실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이 당시 승강기 출입문이나 벽면을 충격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손괴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장애인의 권익 신장을 위한 공익 목적의 시위를 하던 중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고 처음부터 재물 손괴할 확정적 고의를 갖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피해를 전부 배상하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19일에도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탑승 집회를 진행하던 중 지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전동휠체어로 들이받아 고장내기도 했다.

앞서 경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과 증거 인멸 ·도망할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