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맞냐 반문한 재판장…김만배·신학림 스텝 꼬인 검찰

"공소사실 정통망법 명예훼손 아닌 공선법상 허위사실공표 내용" 지적
공선법 공소시효 이미 지나…결국 '尹 수사 무마 의혹' 쟁점 될 듯

지난 대선 직전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허위 인터뷰를 한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왼쪽)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각각 출석하고 있다. 2024.6.2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지난 대선 당시 허위 인터뷰로 윤석열 후보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 노조위원장의 첫 재판에서 재판장이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검찰이 향후 재판 과정에서 어떤 법리를 들고나올 것인지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공소장을 변경하기 힘든 만큼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지난달 31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김 씨와 신 전 위원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장동 의혹의 책임자로 거론되자, 김 씨 등 대장동 업자들이 타깃을 윤 대통령으로 옮겨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비방 목적의 허위 인터뷰를 한 것이라고 공소사실 요지를 밝혔다. 이에 피고인들은 혐의를 부인하며 대치했다.

◇ '2시간 반' 이례적인 재판 시간…재판장, 검찰 공소사실 조목 반박도

이날 재판은 공판준비기일로는 이례적으로 약 2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통상 준비 기일은 본 재판에 들어가기 전 쟁점과 채택할 증거를 정리하는 비교적 간략한 절차다.

특히 재판장이 직접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재판장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사건이냐는 의문점이 든다"며 "(오히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하는 공소사실이 아니냐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인적 사항과 관계를 설시하면서 김 씨에게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의 유착관계를 형성해 개발사업에 따른 천문학적 수익을 취득한 사람이다'라고 한 부분이 공소사실에 어울리는지 모르겠다"며 "유착관계와 관련해 이게 확인된,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지금) 재판을 하고 있다"고 했다.

◇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이미 지나…지난해 명예훼손 추가 적용 검토

검찰 입장에서는 재판장의 지적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이미 공직선거법 위반의 공소시효가 지나 혐의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명예훼손죄 추가 적용을 검토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올해 7월 김 씨와 신 전 위원장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배임수·증재, 청탁금지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 씨가 신 전 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2과장 시절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를 만난 뒤 부산저축은행 수사가 무마됐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을 명백한 허위 사실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의 공소시효가 지나 그 대안으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선거법의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다. 문제가 된 해당 보도는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6일 이뤄졌다.

◇ 법조계 반응 엇갈려…결국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실체가 쟁점

법조계에선 재판장의 지적이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라는 반응이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공소장에 판사의 예단을 발생시키거나 혐의와 무관한 내용을 적어선 안 된다는 형사소송 원칙이다. 다만 검찰 입장과 관련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선거법 전문가인 황정근 변호사(법무법인 소백)는 "여사 기재라고 쓸데없는 것들을 붙이는 것을 금지하려는 취지"라면서도 "하나의 행위가 명예훼손도 되고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도 되는 상상적 경합이 가능하다.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것은 명예훼손으로도 볼 수 있어 검찰로선 기소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소 기각이 될 수 있어 공소사실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면 허위라는 점에 대해 고의를 다투면 된다. 그렇게 재판 절차를 신속하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소장 정리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같은 표현을 빼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검사가 애초에 그렇게 쓴 것은 허위 사실에 대한 인식, 즉 고의를 증명하려고 한 것이기 때문에 양보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결국 쟁점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의 실체가 될 거란 전망이다. 재판장이 직접 검찰의 공소사실을 지적한 데다 "윤석열 후보가 수사 당시 조우형에 대한 범죄사실을 인지하고도 수사를 무마했는가가 핵심"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과 변호인 측은 비방의 목적이 있었는지, 허위 사실에 대한 인식 여부 등을 놓고 주로 다툴 것으로 보인다. 부산저축은행 사건 기록과 김 씨와 신 전 위원장의 녹취록 등 방대한 증거기록을 살필 것으로 예상돼 재판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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