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후원금으로 토지 매입…대법 "돌려줘야"(종합)
1·2심 "후원자 기망·착오, 불법행위도 아냐" 모두 원고 패소
대법 "건물 건립 위해 후원금 법인 유보…후원자 인식과 불일치"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마련된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이 받은 후원금을 후원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당초 안내된 후원 목적과 실제 용처 사이에 '착오'로 볼 만큼 큰 차이가 있다면 후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이날 오전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반환소송 대책모임'이 나눔의집을 상대로 낸 후원금 반환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20년 5월 경기도는 나눔의집이 후원금을 자산취득비로 사용할 수 없음에도 후원금으로 약 6억 원 상당의 토지를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후원금이 시설이 아닌 운영법인으로 귀속되고 있으며, 정작 피해자들은 사비로 치료비 등을 내고 있다는 일부 직원들의 폭로도 나왔다.
논란이 일자 나눔의집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후원자들은 2020년 6월 2차례에 걸쳐 서울중앙지법에 총 8700여만 원의 후원금 반환 소송을 냈다. 이중 나눔의집 후원자 23명이 진행한 1차 소송에 대한 대법원 결론이 이날 나왔다.
대책모임은 나눔의집이 법인과 시설 후원계좌를 구분해 안내하지 않고 후원자들을 착오에 빠뜨렸으므로 후원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원자들이 '피해자의 생활과 복지, 증언 활동 등을 위해 후원금을 사용한다'는 나눔의집의 안내에 따라 후원금을 냈지만 후원금 대부분이 법인 재산조성비 등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후원계약 체결 당시 나눔의집이 후원자들을 기망하거나 착오에 빠지게 했다고도, 후원자들에게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소송 참여자 중 5명이 항소했으나 2심은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패소 판결 이후 1명만이 상고했다. 대법원은 "착오를 원인으로 한 후원계약 취소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나눔의집이 모집한 후원금이 건물 건립 용도로 법인에 유보돼 있다는 사실은 후원자에게 안내한 후원 목적, 이에 따라 후원자가 가지게 된 '후원금이 피해자 당사자들을 위해 직접 쓰일 것'이라는 등의 인식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후원계약의 목적은 단순한 동기에 머무르지 않고 계약 내용에 편입됐고, 그 목적은 계약 내용의 중요한 부분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또한 "원고는 피고의 후원 안내에 따라 후원금이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에 사용돼 왔거나 현재도 사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는 인식을 가졌다"며 "원고의 인식은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에 대한 단순한 예측이나 기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근거가 되는 현재 사정에 대한 인식도 포함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가 표시하고 원고가 인식했던 후원계약의 목적과 후원금의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 착오로 평가할 만한 정도의 불일치가 존재한다"며 "원고가 이러한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후원계약 체결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고 평균적인 후원자의 관점에서도 그렇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장래에 대한 어떠한 인식이 예측이나 기대의 근거가 되는 현재 사정에 대한 인식을 포함하고 있고 그 인식이 실제로 있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착오로 다룰 수 있다는 법리를 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또다른 후원자 25명이 나눔의집과 정대협, 윤미향 무소속 의원에 대해 제기한 2차 소송은 나눔의집 후원자들에 대해서만 별도로 먼저 판단이 이뤄져 원고 패소로 판결이 확정됐다. 정대협과 윤 전 의원에 대해서는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후원금 횡령 혐의를 받는 윤 의원은 지난 9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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