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에 14.4억 배상"…국가 상대 소송 또 승소

1~5년간 형제복지원 수용…피해자·유족 인당 8000만~4억
"공권력 의한 인권침해"…지난해 12월부터 잇따라 승소

서울중앙지방법원.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또 승소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판사 이상원)는 "국가가 피해자·유족 강 모 씨 등 6명에게 총 14억4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피해자들의 청구액 40억8000만 원 가운데 약 3분의 1을 인용했다.

배상액은 형제복지원 수용 기간과 피해 정도, 유사 사건서 확정된 위자료 액수와의 형평 등을 고려해 인당 8000만~4억 원으로 산정됐다. 이 사건 피해자들은 1~5년간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다.

재판부는 1975년 부랑인 단속·수용을 목적으로 발령한 내무부 훈령이 위법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또 이 같은 훈령으로 인해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피해자들이 신체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형제복지원에 감금·수용돼 가혹행위 또는 강제노역을 당했고 일부는 15세도 되지 않은 아주 어린 아동이었는데 강제수용됐다"며 "피해자 대부분은 장기간 수용돼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당하고 현재까지도 정신·육체적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권력의 적극적 개입 또는 허가·지원·묵인 아래 장기간 이뤄진 인권침해이며 위법성이 매우 중해 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억제·예방할 필요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국가 측은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 시효가 소멸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과거사정리법에 따른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하므로 손해배상 청구권에 민법상 10년 또는 구 예산회계법에 따른 5년 소멸시효(장기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피해자·유족이 손해 발생과 가해자를 알게 된 날은 진실규명 결정서가 송달된 날(2022년 8월 27일)이므로 단기 소멸시효도 완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 박정희 정부가 대대적인 부랑아 단속을 시행하면서 내무부 훈령을 바탕으로 운영된 전국 최대 규모 부랑인 수용시설이다.

형제복지원에서는 1975~1987년 납치된 일반인들을 불법감금·강제노역·성폭행·암매장 등 반인륜적 범죄 행위가 벌어졌으나 철저히 은폐됐다. 이후 1987년 3월 22일 직원들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면서 실체가 처음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국가 책임을 처음 인정하며 피해자들에게 145억8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뒤 잇따라 국가 배상 판결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 사건에 불복하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정부와 피해자 측 모두 아직 항소하지 않았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