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못 얻은 김건희 여사의 두번째 사과[법조팀장의 사견]

편집자주 ...사견(私見)이란 개인적 생각을 뜻합니다. 기사에는 미처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눠 보려 합니다. 사견(邪見)은 지양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윤 대통령과 함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오르고 있다. 2024.6.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살다 보면 사과를 해야 할 상황이 많이 생깁니다. 우리가 늘 실수를 반복하는, 인격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과는 참 어렵습니다. 사과의 본질이 자기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기에, 사과하기로 결심하기까지는 늘 힘이 듭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을 때도 있고, '이게 사과까지 해야 할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나는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왜 오해를 하지?'라는 억울한 마음이 앞설 때가 많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최근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 논란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변호인을 통해서 말이죠. 최지우 변호사는 지난 25일 매일신문 유튜브 채널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서 김 여사가 20일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심려를 끼쳐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여사가 진정으로 국민에게 죄송한 마음에 한 말일 수도 있지만, 여론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사과를 했음에도 왜 부정적인 반응이 많을까요.

우선 너무 늦은 사과였습니다. 사과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너무 늦으면 진정성을 의심받기 마련입니다. 명품 가방 논란이 터진 지 8개월 만이니 늦어도 너무 늦었습니다. 검찰 수사에 떠밀려 사과를 했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그동안 핑계가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실과 여당 쪽은 이번 사안의 본질이 '함정 취재'라며 줄곧 문제 제기를 정치 공작으로 치부했습니다. 많은 국민이 함정 취재 여부와 상관없이 대통령의 부인이 고가의 물건을 받은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도 말이죠.

핑계로 보일 수 있는 정황은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목전에 다가오자 더 많이 나왔습니다.

'행정관에게 반납을 지시했지만, 행정관이 깜빡해 최 목사에게 돌려주지 못했다', '최 목사 기분이 상할 수 있으니 추후 돌려주라고 지시했다', '최 목사가 화장품을 미국에서 가지고 왔고 아내와 같이 준비했다 말해 성의 때문에 거절하지 못했다' 등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해명들이 검찰 조사 전후로 언론에 계속 보도됐습니다.

왜 지난 8개월 동안에는 침묵하고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검찰 조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입을 맞춘 뒤 가장 말이 되는 것 같은 해명을 고른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데요.

사과를 검찰 조사 때 한 것도 아쉽습니다. 사과는 사과받을 사람에게 하는 것입니다. 검사는 국민의 대표가 아닙니다.

김 여사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김 여사는 지난 대선 때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해 직접 나서 사과를 했는데도 지지율이 떨어진 경험에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직접 사과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과를 하는 데 있어 여러 이유를 다 따지다 보면 결국 핑계로 비칠 뿐입니다. 당시 지지율이 하락했던 것은 사과가 감성적인 호소에 치우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직접 사과를 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깔끔한 사과가 사태를 수습하는 데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깔끔한 사과를 통해 논란을 딛고 더 많은 지지와 인기를 얻는 공인과 연예인들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더 이상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ho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