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롤스로이스 男' 도주·뺑소니 무죄…형량 10년 줄어(종합2보)

2심, 도주치사 아닌 위험운전치사 혐의만 인정
"숨거나 도주하는 행동 안해"…1심 20년→2심 10년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20대 남성 A씨가 18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3.8.1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향정신성 의약품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를 몰다 행인을 치고 달아난,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신 모 씨(29)의 형량이 2심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2심 재판부는 신 씨가 도주 목적으로 현장에서 이탈했다고 볼 수 없다며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도주치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대신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1심보다 감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판사 김용중 김지선 소병진)는 2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사)등 혐의로 기소된 신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고 발생 이후 119구조대 및 경찰차량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임의로 사고 현장을 벗어나 성형외과에 다녀 온 이유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기는 하다"면서도 "피고인은 3분 후 현장으로 돌아왔고 그 과정에서 숨거나 도주하려고 하는 행동을 한 적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사고 현장에 다시 돌아온 직후 경찰관에게 휴대폰을 찾으러 갔다 왔다고 말했고, 체포 당시에도 휴대폰을 찾아달라는 말을 계속했다"며 "목격자들이 피고인을 사고운전자라고 지목하자 피고인은 자신이 운전자임을 인정했고, 피고인이 일시적으로 사고 현장을 벗어났다고 해서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가 지연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따라서 공소사실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사)와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는 범죄의 증명이 없으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단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 "20대의 피해자가 고통 속에 사망한 중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이전에도 여러 차례 약물을 투약하고 운전한 적이 있고, 사고 당일에는 정상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였으며 운전 시작 몇 초 만에 사고를 냈다"며 엄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직후 피해자 구조에 힘쓰지 않고 휴대폰을 찾는 데 집중했고, 지인에게 증거인멸을 부탁하는 등 범행 이후의 정황도 불량하다"면서 "당심에서 유족과 합의한 것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이지만, 피해자는 처벌 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사망했고 유족의 의사를 피해자의 의사와 동일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신 씨는 지난해 8월 2일 압구정역 근처에서 롤스로이스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치어 뇌사상태에 빠뜨린 뒤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여성은 전치 24주의 중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으나 3개월여 만에 숨졌다.

앞서 1심은 "피해자가 석 달 이상 의식불명으로 버티다 사망했고 유족들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죄책이 무거워 중형 선고가 필요하다"며 신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