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웹 '한국어 마약 오픈마켓'서 대마 쇼핑…회원만 4000명

150만 원에 입점 가능, 마약 판매글 올리면 구매자 주문…후기글까지
검찰, 판매상·전달책 16명 기소…마약 10억어치 압수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열린 다크웹 마약류 판매상 적발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마약류 압수품이 진열돼 있다. 2024.7.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정재민 기자 = 사이트 운영자에게 등록비 150만 원을 내면 상품 광고를 올릴 수 있다. 구매자가 광고를 보고 상품을 결제하면 운영자가 내역을 판매자에게 전달하고, 판매자는 상품을 배송한다.

구매자는 상품을 받아본 뒤 후기를 남길 수도 있다. 거래가 끝나면 운영자가 중개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판매자에게 정산한다.

쿠팡 같은 '오픈 마켓' 이야기가 아니다. 회원 수 약 4000명, 한국어로 된 유일한 다크웹 마약 판매 사이트의 운영 방식이다. 판매 상품은 환각버섯으로 만든 초콜릿과 대마, 합성대마, 액상 대마 카트리지, 코카인, 케타민 등이다.

다크웹 마약거래 사이트(서울중앙지검 제공)

◇인터넷 쇼핑하듯 다크엡에서 마약 구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김보성 강력범죄수사부장)은 마약류 판매상 양 모 씨(32) 등 12명을 구속 기소하고, 드라퍼(마약 전달책) 관리책 김 모 씨(37)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총 759건의 거래로 총 8억6000만원 상당의 마약류를 판매했다. 대마 7.763㎏, 합성대마 208㎖, 액상 대마 카트리지 98개 등이다. 검찰이 압수한 마약만 대마 4.4㎏, 합성대마 4677㎖, 엑스터시(MDMA) 38정, 코카인 36g, 케타민 10g 등 10억5800만원어치에 달한다.

마약거래는 다크웹에 개설한 마약 거래 사이트에서 오픈마켓 형태로 이뤄졌다. 판매상들은 사이트 운영자에게 등록비 150만 원을 내고 마약 판매 글을 올리면 구매자들은 이를 보고 마약을 주문했다.

운영자가 주문과 결제내역을 판매상에게 전달하면 판매상은 마약을 숨겨둔 이른바 '좌표'를 구매자에게 제공했다. 구매자들이 후기 글을 올리는 후기 게시판도 있었다. 구매자가 마약을 찾아내 거래가 끝나면 운영자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대금을 지급했다.

사이트 운영자가 중간에 있기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도 서로를 알지 못하는 구조다. 판매상 등록비부터 구매자의 상품 결제, 판매 대금 지급 등 모든 거래는 가상자산을 통해 이뤄졌고, 연락도 암호화 메시지를 사용했다. 다크웹 특성상 인터넷 주소(IP 주소)도 추적할 수 없다.

김 부장검사는 "그럼에도 수사팀의 노하우로 익명의 판매상들 신분을 특정하고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위장 거래 등 모든 수사 기법을 총동원됐다는 후문이다.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열린 다크웹 마약류 판매상 적발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마약류 압수품이 진열돼 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은 지난 2년간 총 8억 6000만원 상당의 대마, 합성대마, 액상대마 카트리지 등을 유통한 마약류 판매상, 드랍퍼(마약 전달책) 등 16명을 적발, 12명을 구속기소하고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2024.7.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10개월 추적…대부분 2030, 집에서 대마 키우기도

검찰은 10개월간 추적 끝에 다크웹 사이트에 등록된 마약상 13개 조직 중 6개 조직을 검거했다.

판매상들이 올린 마약 판매 광고 글을 통해 다크웹 마약 거래 사이트 파악하고 지난해 10월부터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판매상들이 남긴 흔적들을 수집해 이들의 인적 사항을 특정했다. 판매 조직은 20~30대로 구성됐다. 23세 판매상도 2명이나 포함됐다.

지난 1월 판매상 양 씨와 김 모 씨(28)의 인적 사항을 특정해 검거했고, 3월에는 이들에게 대마와 합성대마를 공급한 2명이 각각 구속됐다. 5월에는 판매상 3명을 추가로 구속했다.

지난 6월에는 5개 판매조직의 가상자산 거래 내역 등을 분석해 최근 2년간 마약 판매내역과 수입 내역을 파악해 기소했다. 이달에는 판매조직 1곳의 수입내역을 추가로 파악해 병합 기소했다.

특히 이들 중 일부 판매상은 직접 해외 마약류를 밀수했다. 한발 더 나아가 관련 장비를 주거지에 설치해 주택가 한복판에서 대마를 재배하고 액상 대마를 제조하기도 했다. 대마 종자와 재배에 필요한 텐트, 조명은 해외에서 들여왔다.

환각 버섯에서 추출한 마약 성분을 초콜릿에 넣어 판매한 판매상도 있었다. '사일로신 초콜릿'은 한 조각당 8만원가량에 팔렸다.

한국어 다크웹 마약 거래 사이트가 2020년 개설됐고 회원 수가 4000명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할 때 검찰은 파악하지 못한 마약 유통량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상들이 검거되면서 해당 사이트 방문자 수는 이달 들어 35명 안팎까지 급감했다.

검찰은 사이트 운영자와 나머지 판매상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서버를 추적해 사이트도 폐쇄할 계획이다.

검찰은 온라인 마약 관련 정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E-drug 모니터링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E-drug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활용해 인터넷 마약류 범죄를 엄정 수사하겠다"며 "유해 사이트 접속 차단 등으로 국민이 마약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예방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brigh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