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범수, 인적·물적 증거 확보 충분"…2차 소환 조사 중(종합)

서울남부지검, 28쪽 구속영장 청구서 제출
"카카오 장내 매수, 인위적 주가 조종 해당"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4.7.2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홍유진 기자 = 검찰이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공모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25일 오후 2시 양천구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관련 결정적 증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구속돼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세조종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공모했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며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 관계에 대해서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새벽 구속 이후 연이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김 위원장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며 "어떻게 진술하고 있는지는 확인해 드리기 어렵지만 기존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 구속 기간에 대해서는 "구속은 법원의 허락을 구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장을 한다 만다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며 "구속 기간이 곧 기소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자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 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2400여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이 김 위원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지 약 8개월 만에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지난 7일 처음 김 위원장을 소환해 20여 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마치고 열흘 뒤(17일) 법원에 28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지난 22일 구속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에서 카카오의 장내매수가 인위적인 주가 조종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고 이날 검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SM엔터 주식을 장내매수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해 12만 원 이상으로 고정, 안정했기 때문에 시세조종에 해당한다"며 "그간 세 번(배재현·지창배·김범수)의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이 부분에 대해 치열하게 다퉜다"고 말했다.

앞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지창배 원아시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된 바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구속 상태로 먼저 재판에 넘겨졌으나 배 대표는 지난 3월, 지 회장은 지난 22일 보석으로 각각 석방됐다.

'주식 매입은 정상적인 장내매수'였다는 카카오 측 주장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 중 장내매수가 불법이라는 게 절대 아니다"라며 "장내매수 행위가 시세 고정, 안정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에 시세조종에 해당한다는 게 자본시장법 176조 3항에도 나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항 공개매수 등 경영권을 취득할 수 있는 적법한 방안이 마련돼 있는데도 카카오는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인위적 조작하면서 주가를 12만 원 이상 고정했다"며 "지분 취득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 위해 원아시아를 몰래 동원해 5% 이내로 장내매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 176조 3항에는 '누구든지 상장증권 등의 시세를 고정하거나 안정시킬 목적으로 거래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 김 위원장 측은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매수였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아울러 남부지검은 SM엔터 시세조종 의혹 외에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 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자 임원들 횡령·배임 의혹 등 총 4건을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관해서는 내용을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에 대한 향후 수사 방향과 관련해 "법원에서 허락받은 구속 기간 내에 필요한 입증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