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잡을 카드…檢, '시세조종' 입증할 PPT만 200장

22일 오후 2시부터 영장실질심사…檢, 혐의 입증 '자신감'
김범수 "불법행위 지시·용인한 적 없어"…이르면 오늘밤 결론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13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서 3차 공동체 비상경영회의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1.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의 정점에 있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 갈림길에 섰다. 금융감독원이 김 위원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검찰은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들이 충분히 확보됐다며 법원을 설득할 PPT 200쪽을 준비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어떠한 불법 행위도 없었으며 정당한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동안 시세조종 직접 지시·승인 여부를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인 검찰과 김 위원장 측 중 법원이 어느 쪽 주장에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2시 김 위원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자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2400여억 원을 투입,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 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 총수로서 하이브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그룹 차원에서 벌인 시세조종을 몰랐을 리 없으며 이를 직접 지시하고 승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지창배 원아시아 회장과 공모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김 위원장 측은 검찰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위원장 측은 SM엔터 인수 관련 보고받아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인수 방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검찰의 영장 청구 다음 날(18일) "어떠한 불법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단도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였다"고 반박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기준은 크게 도주 우려, 증거 인멸 우려, 사안의 중대성 등이다. 김 위원장이 기업 총수로서 도주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찰은 이날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우려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

공모 관계로 의심되는 배 전 대표와 더불어 지 회장이 이날 보석 석방됨에 따라 김 위원장이 향후 이들과 접촉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뉴스1> 취재 결과 검찰은 이날 영장심사를 위해 200쪽 분량의 PPT를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위원장의 시세조종 공모 혐의 관련해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으며, 특히 원아시아와 공모 관계를 규명할 자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방대한 증거를 토대로 김 위원장의 구속 필요성을 소명할 예정이다. 아울러 카카오가 초대형기업이며 수천억 원대 시세조종 의혹은 전례 없는 사건인 점 등을 근거로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여진다.

영장 심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해 한 부장판사가 검찰과 김 위원장 측 입장을 번갈아 듣는 것으로 진행된다. 양측이 준비한 발표 분량이 방대해 심사는 최소 2시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영장 심사를 마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구로구 소재 남부구치소로 이동해 대기할 예정이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게 나올 전망이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