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사외하청 불법파견"…대법, 제3사업장도 파견 첫 인정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3명 2017년 소송…1·2심 원고 승소, 대법 상고기각
모비스 이메일 등으로 직접 업무지시…재판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3.10.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CKD(반조립제품) 품질관리 업무를 맡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관계를 최종 확정받았다. 현대모비스가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동안 같은 공장에서 근무해 온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직원의 정규직 인정 판결은 10차례 이상 나왔지만, 현대그룹 외의 다른 공장에 배치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 씨 등 3명이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낸 회사에 관한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반조립 제품을 목적지에서 조립하고 완성품으로 판매하는 CKD 방식으로 자동차 모듈과 부품을 수출해 왔다.

A 씨 등은 현대모비스 협력업체에서 CKD 품질관리 업무를 담당했는데, 2017년 6월 근로자 지위를 확인하고 고용의 의사를 표시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모두 원고 승소로 판결하며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 줬다. 이들이 수행한 업무를 현대모비스 소속 기술직·기능직 근로자들과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로 판단했다.

A 씨 등은 현대모비스 공장이 아닌 또 다른 협력업체인 포장협력사 공장 내에서 근무하기는 했지만, 현대모비스에서 제공한 CKD 업무표준과 중점 검사 기준서에 따라 작업했다.

또 현대모비스 소속 품질팀 근로자들로부터 이메일 등으로 직접적·개별적인 업무지시를 받으며 업무 결과를 보고했다.

여기에 협력업체에 추가 배치할 근로자 수는 현대모비스에서 직접 지정했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과 근태관리도 실시했다. 협력업체는 업무를 도급받았을 뿐 전문성·기술성을 갖추지 않은 것은 물론 물적 설비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이에 따라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직·간접적으로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을 받으며 CKD 품질관리업무를 수행하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돼 실질적으로 피고의 사업에 편입되는 등, 피고와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부품과 모듈에 대한 불량 판단은 A 씨 등의 재량이었다는 현대모비스 측 주장에 대해서는 "(중점 검사 기준서) 내용에 의하면 불량 판단에 원고들의 재량이 개입될 여지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로 이른바 '사외 하청'을 통해 불법파견 논란에서 벗어났던 일부 제조업계의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