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찰, 尹 명예훼손 보도 '직접수사 근거' 예규 공개해야"(종합)

검찰, 수사 이유로 거부…法 "전문과 개정 현역·내용 공개하라"
참여연대 "당연한 결과…검찰, 항소 말고 예규 즉각 공개해야"

지난 대선 직전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허위 인터뷰를 한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왼쪽)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각각 출석하고 있다. 2024.6.2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보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수사 권한 근거를 담은 예규를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나진이)는 12일 참여연대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참여연대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대검찰청 예규 '검사의 수사 개시에 대한 지침' 전문과 개정 연혁, 개정 내용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두 사람이 2021년 9월 15일 부산저축은행 수사 의혹 관련 인터뷰를 한 뒤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에 보도되도록 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직접 수사에 나섰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거쳐 개정된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는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로 제한돼 명예훼손죄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후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무고·도주·범죄은닉 등으로 직접 수사 대상을 확대했으나 여기에도 명예훼손은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어 수사 범위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직접 관련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대검찰청 예규에 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검찰은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수사 등에 관한 사항'이라면서 지난해 11월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내렸고, 참여연대는 이에 불복해 지난 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소송 제기 당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검찰이 의혹 제기 언론사들을 압수수색 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위협한다"며 "수사의 법적·절차적 정당성을 살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승소 판결에 환영 입장을 내고 "일반적·추상적 원칙과 기준에 대한 규정은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위해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해 온 법원의 판례를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라며 "검찰은 공개를 미루고 항소할 것이 아니라 비공개 예규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