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SM 시세조종' 정점 카카오 김범수 정조준…'승인했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첫 檢 소환조사…금감원 송치 이래 8개월 만
-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검찰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8개월간 이어진 카카오의 SM엔터 주가조작 사건 수사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검찰은 김 위원장을 소환해 시세조종을 알고 있었는지, 이 과정에서 승인했거나 지시한 사항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SM엔터 인수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 만큼 투자 과정이 김 위원장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9일 오전 8시 10분 전후로 김 위원장을 소환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이다. 지난해 11월 15일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김 위원장을 기소 의견을 검찰에 송치한 이래 약 8개월 만에 이뤄지는 첫 소환조사다.
◇ 핵심 쟁점 "김범수, 시세조종 지시·승인 했나"
쟁점은 김 위원장이 하이브 공개 매수 방해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지시·승인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지난해 2월 김 위원장이 참석한 카카오 고위 경영진들로 구성된 의사결정기구인 '카카오그룹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에서 하이브 공개 매수를 저지하기 위한 시세조종이 승인됐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배 대표·지 회장과 공모 의혹을 알고 있었는지, 공모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는지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 증거로 지난해 2월 열린 투심위를 전후해 경영진 간에 오간 대화를 꼽고 있다. 지난 3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서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해 2월 28일 하이브 공개매수 마지막 날 열린 투심위 개최 직전 배 대표는 김기홍 전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SM은) 카카오 실적을 극복할 중요 자산이니 위험해 보일지라도 가치 있는 인수니 도와달라"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투심위 종료 직후 김 전 CFO는 배 대표에게 "오늘 공개매수 꼭 저지해달라"고 답장했다.
또 검찰은 카카오 그룹 차원에서 시세조종 행위를 승인했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배 대표가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에게 "브라이언(김범수)이 프라이빗에쿼트(PE)를 하나 잡아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 했다"는 내용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배 대표 측은 "카카오가 원아시아와 계획적으로 시세조종을 공모했다면 PE 하나를 잡으라고 얘기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 카카오, SM엔터 주가조작 전모 밝혀지나
금융감독 당국과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된 SM엔터 주가조작은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카오는 SM엔터 경영권을 놓고 하이브와 지분 경쟁 과정에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SM엔터 주가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쟁자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 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게 금융 당국의 판단이다. 또 원아시아와 공모해 총 2400여억 원을 투입해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집해 총 553회 걸쳐 고가 매수한 혐의, 이 과정에서 SM엔터 지분 5% 이상 보유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이 적용됐다.
이에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지창배 원아시아 회장, 양벌규정(대표·관련자 법 위반 시 법인도 함께 처벌)에 따라 카카오와 원아시아 각 법인이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배 대표와 지 회장은 증거 인멸과 도망 염려를 이유로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기소되지 않았다. 시세 조정에 직접 관여한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 기소 여부가 사실상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 수사의 마지막인 셈이다.
김 위원장 소환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데다 추가 소환 조사를 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검찰은 최대한 혐의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의 증언도 변수다. 이 부문장은 배 대표 등 공판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원아시아와 손을 잡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하이브 공개 매수가 어그러졌기 때문에 굉장히 다급한 상황에서 배 대표가 지 회장에게 1000억 원 정도만 사달라고 부탁했다"며 "제가 느끼기에 지 회장은 이미 다 보고받아서 앞뒤 내용을 다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확실히 1000억 원이라고 구체적으로 들었다"며 "이 정도면 공개매수 깨질 거니까 안심하고 도와달라고 (배 대표가 지 회장에게) 말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지 회장은 펀드 증액 절차에 시간이 걸리는데 다음 주쯤 갈 것이라고 확답을 줬다"고 덧붙였다.
현재 남부지검은 카카오의 SM 주가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자 임원들의 횡령·배임 의혹 등 총 4건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비공개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검찰은 김 위원장의 최측근 황태선 CA 협의체 총괄대표를 비공개 소환조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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