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명예훼손' 사건 첫 처분한 검찰…'이용 세력, 정언 유착' 규명 속도
대선 전 '대장동 의혹' 발단…수사팀 구성 10개월만 첫 기소
정치권-언론 유착 의혹 아직 결론 안 나와…민주당 수사 지속
- 황두현 기자,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김기성 기자 = 허위 인터뷰 보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수사해 온 검찰이 처음으로 사건 관련자를 재판에 넘기면서 '배후 세력'을 밝히는 데 수사가 집중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당초 검찰은 허위 인터뷰가 정치권과 결탁해 이뤄진 것으로 보고 배후 세력까지 수사 범위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10개월간 수사를 통해 사전 조율 보다는 인터뷰가 허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대선에 이용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검찰의 분위기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야권 간 조직적인 범죄 가능성을 의심해 온 검찰은 우선 김 씨 주도하에 일련의 보도가 이뤄졌다고 보고, 구체적인 관여 여부를 파악해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8일 김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한상진 기자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지난해 9월 '대선 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이후 첫 기소다.
◇검찰, 허위 인터뷰 이재명에 '유리' 판단
이 사건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 비리 특혜 의혹으로 시작됐다. 검찰은 수사 초기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결탁해 연이어 기사를 보도하면서 대장동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 했다고 보고 지난해 9월 7일 특별수사팀을 꾸려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발단이 된 것은 20대 대선을 5개월여 앞두고 나온 경향신문과 뉴스버스의 기사였다. 두 매체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건을 부실 수사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사건 주임검사이자 중수2과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대출브로커 조우형 씨의 대출 알선 혐의를 알고도 처벌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4개월여 뒤인 지난해 2월 JTBC는 대선을 열흘 앞두고 "당시 조 씨에게 윤석열 중수2과장이 커피를 타 주고 대장동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후 뉴스타파는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김 씨와 신 전 위원장의 인터뷰에 기반해 "윤 대통령이 당시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두 사람의 인터뷰 2021년 9월 15일 이뤄졌었다.
검찰은 대선 국면에서 이같은 보도가 윤 대통령의 대선 경쟁자였던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고, 뉴스타파 기사는 인터뷰 이후 수개월 뒤 공개됐다는 점에서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뉴스타파와 JTBC 본사뿐 아니라 전현직 기자들을 압수수색하고 소환 조사했다. 아울러 또 다른 허위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민주당 정책연구위원과 의원 보좌관, 지난 대선 당시 화천대유 토건 비리 진상규명 TF(화천대유TF)에서 활동한 변호사에 대한 조사도 벌였다.
◇ 신문·방송사 이어 민주당 측도 압수수색…검찰 "관련 부분 계속 수사"
수사 개시 10개월여 만에 김 씨 등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잔여 수사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전 관련 의혹을 보도한 기자와 언론사에 대한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은 데다 보도와 정치권 간 '유착 의혹'도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도 지난해 특별수사팀 구성 경위에 허위 인터뷰가 일회성으로 이뤄지지 않고, 배후 세력의 개입으로 치밀하게 계획돼 있었을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수사 결과 검찰은 배후 세력 주도로 일련의 보도가 이뤄진 게 아닌, 김 씨가 '프레임'을 설정하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선 국면과 보도를 활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김 씨가 특정 누군가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모의를 한다는 전제로 특정인이 배후라고 한다면 수사 방향과 다르다"면서 "민주당 관련 부분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JTBC의 이른바 '커피 보도'와 관련해서도 "허위 사실"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 관계자는 "(기사의 인터뷰) 대상자가 대검 중수부에서 대장동 관련 조 씨가 수사받은 사실이 없다고 명확하게 말했는데, 마치 그렇게 말한 것처럼 (기자가) 편집·왜곡해서 보도했다"며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의혹을 보도한 기자는 지난 4월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추후 김 씨와 돈거래를 한 혐의를 받은 전직 언론사 간부 2명에 대해 대가성 여부를 파악한 뒤 기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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