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승진 축하 위해 모였다 참변…'시청역 참사' 업무상 재해 인정될까

법조계 "회식 내용, 구성원 등 봤을 때 인정 가능성 높아"

4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 현장에서 한 시민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술을 놓고 있다. 2024.7.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노선웅 서한샘 기자 = 최근 발생한 '시청역 역주행 사고'의 피해자 중 4명이 동료의 승진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가 참변을 당했다는 사정이 알려지면서 이들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숨진 희생자는 모두 9명이고, 그중 4명은 신한은행 직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사이로, 이들 중 한 명은 사고 당일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인사 발령을 기념해 퇴근 후 저녁 식사를 같이하고 모여 있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3명은 현장에서 사망해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으로 이송됐고, 다른 한명은 심정지 상태로 국립중앙의료원에 옮겨졌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회식의 내용과 사고 장소 등을 종합하면 이 사고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상 회사 출퇴근이나 회식 자리에 오가면서 생긴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판례 경향을 보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회식도 업무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 정해져 있는 전체 행사나 대규모 회식의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고는 해당 모임의 구성원들이 다 회사 사람들이기 때문에 인정이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상민 법무법인 에이앤랩 대표변호사도 "정확한 사정을 알아야겠지만, 근무를 같이했고 승진 축하를 위해 회식을 했다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성훈 법무법인 법승 파트너변호사는 "판례에 따르면 회식 중 사고가 사회 통념상 그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근로자가 그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안 변호사는 "이 사건 사고는 같은 부서의 분들이 회식하다가 일어난 일로 보이는데 승진을 기념으로 해서 공식적으로 부서 회식을 한 것이라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될 여지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사고 장소가 본점 바로 옆이었고, 회사 사람들끼리 승진을 축하하는 자리였으므로 장소와 시간, 회식의 내용, 구성원으로 봤을 때는 인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앞서 1일 오후 9시 27분 차 모 씨(68)가 운전하던 제네시스가 시청역 인근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빠져나와 안전 펜스와 보행자들을 덮친 후 BMW와 쏘나타를 차례로 추돌했다. 이 사고로 시청 직원 2명과 은행 직원 4명, 병원 용역업체 직원 3명이 숨졌다.

경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3조 1항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차 씨를 입건해 본격 수사를 벌이고 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