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실선 침범 교통사고 무조건 처벌, 20년 만에 바뀐다"

대법 판례 변경 "백색실선, 통행금지 표지 아냐"…검찰 공소 기각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운전 중 도로의 백색실선을 침범해 사고를 냈더라도 종합보험에 가입했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운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동안 백색실선을 '통행금지 안전표지'로 보고 '특례 조항'을 적용하지 않았던 판례가 약 20년 만에 변경된 것이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치더라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중앙선 침범이나 음주운전 등의 경우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0일 전원일치 의견으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린 원심을 유지했다.

A 씨는 2021년 7월 승용차를 운전하며 백색실선을 침범해 진로를 변경, 뒤따라오던 택시가 A 씨 차량과 추돌을 피하고자 급정거했다. 이로 인해 택시 승객은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었다.

검찰은 A 씨가 운전자로서 주의의무를 위반해 통행금지 표지인 백색실선을 침범해 피해가 발생했다며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2004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백색실선은 '통행금지 안전표지'에 해당해 이를 위반한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위반한다고 본 바 있다.

사건 쟁점은 백색실선이 통행 자체를 금지한 표지인지, 단순히 진로 변경만을 금지한 표지인지로 모아졌다.

1·2심은 백색실선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에서 정한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된 교통사고는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기소할 수 없게 되어 있고, 도로교통법상 백색실선은 '통행금지'가 아닌 '진로변경금지'를 의미하는 안전표지라는 이유에서다.

1·2심 재판부는 "백색실선을 위반한 진로 변경 행위는 통행금지 위반이 아니라 통행 방법 제한의 위반"이라며 "침범이라고 표현하는 차선을 넘어가는 행위까지 통행금지에 포함하는 것은 법률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불복했으나 대법원도 이날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진로 변경을 금지하는 안전표지인 백색실선은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침범하여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해서는 처벌 특례가 적용된다고 봤다.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백색실선 관련 규정 등이 여타 통행금지 표지와 달리 취급되고 있고, 진로를 변경했더라도 같은 방향으로 차량 운전이 가능하다면 통행금지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도로교통법 입법자는 진로 변경을 금지하는 백색실선은 통행금지 안전표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교량이나 터널에서 백색실선을 넘어 앞지르기 하는 경우 별도의 처벌 특례 배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운전한 승용차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었으므로 처벌 특례에 따라 공소제기는 무효"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백색실선 침범 교통사고에 대해 반의사불벌죄 규정이나 종합보험 가입 특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2004년 판례가 변경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교통사고처리법 입법취지에 반해 형사처벌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통행금지'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한 데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