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 재판 때 보안사가 재판부에 수시로 쪽지 보냈다" 변호인 증언

재심 여부 재판서 안동일 변호사 증언…"쪽지 받으면 휴정"
"대법원 판사 14명 중 6명 소수의견…당시 언론 보도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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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10·26 사태'로 사형을 선고받은 고(故)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재심 개시 여부를 심리하는 재판에서 김 전 부장을 변호한 안동일 변호사(84)가 당시 보안사 직원들이 재판부에 '쪽지'를 여러 차례 전달했으며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소수의견을 언론이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안 변호사는 12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 송미경 김슬기) 심리로 열린 김재규 내란목적살인 등 혐의 재심 결정 두 번째 심문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안 변호사는 당시 재판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돼 "변론이 이뤄질 수 없으며 절차적 정의도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수없이 항의했다"면서 "그러나 일절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매일 재판하고 야간 재판까지 해 변론을 준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공판조서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재규 유족 측 변호사가 "당시 대법원 판사 14명 중 6명이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으나 언론이 전혀 보도하지 않은 것이냐"고 묻자 안 변호사는 "네"라고 답했다.

"김재규의 최후진술도 보도가 안 됐는가"라는 질문에도 안 변호사는 "네"라고 대답했다.

안 변호사는 보안사 직원들이 재판부에 수시로 쪽지를 전달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재판 중 누군가 들어와 쪽지를 건넸느냐"는 질문에 안 변호사는 "여러 번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쪽지가 날아오면 잠시 휴정하기도 하고 재판 진행을 좀 제지하기도 했다"며 "제가 직접 경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 변호사는 재판부가 녹음을 허가하지 않았는데도 법무관실이 스피커로 공판 내용을 듣고 있었다며 "휴정하는 동안 법무관 집무실에 불려 가 '국선 변호를 왜 이렇게 열심히 해' '너 손 좀 봐야겠어'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안 변호사는 김재규 접견 시 얼굴이나 목덜미에서 고문 흔적도 봤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7월 안 변호사 심문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김재규 전 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듬해 5월 사형에 처했다.

유족은 40년 만인 2020년 5월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녹음테이프를 검토한 결과 10·26 사태와 김재규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법원은 재심 청구 4년 여만인 4월 김재규의 재심 여부를 심리하는 재판을 시작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