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보고서에 "임성근, 안전 의무 다 안 해" 적시

국방부 조사본부, 채상병 사건 재검토 첫 보고서
임성근 전 사단장 등 8명 범죄 정황 적시…실제론 임성근 제외 2명 이첩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관련 조사를 위해 전날 오전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4일 오전 22시간이 넘는 조사를 마친 뒤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5.14/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임세원 김기성 기자 = 국방부 조사본부가 순직 해병 사망 경위를 재검토한 보고서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이 의무를 다하지 않는 등 범죄 정황을 적시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 작성 일주일 후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고 대대장 2명만 경찰에 이첩, 이 기간에 윗선의 외압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사본부는 이 사건 재조사 이후 작성한 13페이지 분량의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 관계자별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의 단서가 되는 정황 판단’ 보고서를 작성하며 임 전 사단장 등 총 8명의 범죄 정황을 적시했다.

이 보고서는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 결과를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검토한 것이다. 조사본부는 8월 14일, 이 문서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국방부 검찰단에 보내 의견을 물었다.

조사본부는 이 보고서에서 총 8명에 대한 범죄 정황을 적시하면서 초급간부 2명을 제외하고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경찰에 넘겨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중 임 전 사단장에 대해서는 그가 전반적인 안전 업무를 조정, 통제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했다고 강조했다.

조사본부는 또 임 전 사단장이 "18일 '수변에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 보아야 한다. 내려가는 사람은 가슴 장화를 신어라'라는 등 구체적 수색 방법을 거론하는 바람에 채 상병이 장화를 신고 실종자 수색을 하게끔 함으로써 안전한 수색 활동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기술했다.

이어 "위험성 평가 여건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작전 전개를 재촉하는 등 지휘관의 안전한 수색 활동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채 상병 등 실종자 수색 인원들의 복장 상태에 관한 사항을 중심으로 지적할 뿐 안전 대책 등 안전 확보 업무를 게을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사본부는 이 보고서 작성 일주일 뒤인 8월 21일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제외하고, 대대장 2명에 대해서만 범죄혐의가 인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그 사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 윗선의 개입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유 관리관은 17일 이 전 장관 주재로 열린 조사본부 회의에서 "혐의자를 2명으로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는 취지를 박경훈 전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등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최근 이 의혹과 관련, 조사본부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sa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