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살인' 지적장애인 징역 15년…교사범은 "혐의 부인"(종합)

검찰은 20년 구형…재판부 "범행 잔인하고 유족에 씻을 수 없는 상처"
교사범 재판 진행 중…"피해자 살해할 동기나 이득 없어…혐의 부인"

서울남부지방법원 ⓒ News1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서상혁 기자 = 자신이 일하던 모텔 업주에게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당해 80대 건물주를 살해한 30대 주차관리인이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14일 서울남부지법 제15형사부(부장판사 양환승)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모 씨(32)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5년간 보호관찰 처분을 명령했다. 다만 위치 추적 장치는 부착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에도 견주지 못할 만큼 소중해, 살인은 엄히 다스려야 할 중대 범죄임이 분명하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해 반감을 가졌다는 이유로 잔인하게 살해했고, 유족은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잘못을 반성하고, 독자적 판단에 의해 계획을 실행한 게 아니라 피고인의 지적 장애를 이용한 교사범의 사주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위치 추적 장치를 부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법적 평화를 깨트릴 재범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모텔 업주 조 모 씨(44)의 지시를 받고 자신이 주차관리인으로 일하던 빌딩 건물주 A 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김 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조 씨는 2022년 9월부터 영등포 공동주택 재개발 문제로 A 씨와 갈등을 겪다 김 씨에게 범행 도구를 구매하고 폐쇄회로(CC)TV 방향을 돌리게 한 뒤 살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조 씨는 김 씨에게 살인을 교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조 씨는 지난 3월 12일 열린 첫 공판에서 "피해자를 살해할 만한 동기나 살해함으로써 얻을 이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남은 재판 과정에서 증인 진술 등을 통해 결백을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김 씨에게 3년 동안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숙박비 명목으로 장애인 수급비를 편취한 혐의에 대해서는 "임금 규정과 지급 방식에 차이가 있고, 그게 과연 근로 계약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 조금 더 검토를 해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조 씨는 CCTV 등 검찰 측이 제시한 자료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같은 날 열린 재판에서 조 씨 측 변호인은 "수사 기관이 이걸 주지 않으면 유치장에 가둬놓을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해 강제적으로 취득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김 씨를 심리적으로 지배해 왔다. 가족의 버림을 받고 떠돌아다니던 김 씨를 지난 2019년 데려와 "나는 네 아빠, 형으로서 너를 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따르게 했다. 또 김 씨가 A 씨에게 강한 적대감을 갖도록 "너를 욕했다"는 식으로 이간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적장애인인 김 씨는 장애인수급비를 수령하고 있었는데 조 씨가 이를 알고 모텔 숙박비 명목으로 김 씨의 금품을 편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씨는 모텔 객실이 아닌 주차장 가건물에 기거하고 있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