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 665억→1조3808억…'노태우 비자금·방패막이' 결정적 역할
SK그룹 주식 재산분할 여부 두고 대립…서로 "우리쪽 비자금 썼다"
법원 "노태우, SK에 유무형적 기여…SK 주식은 최-노 공동재산"
- 이세현 기자, 서한샘 기자
"1991년경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최종현 SK 선대 회장에게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
"최종현 회장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이나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서울=뉴스1) 이세현 서한샘 기자 = 30일 열린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 법정, 심리를 맡은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 김옥곤 이동현)는 1990년대 노태우 전 대통령과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의 '정경유착 사'를 설명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시 SK그룹의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문제 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SK그룹 가치 증가에 노 관장의 기여가 있다고 봐 재산분할 금액을 1심 665억 원에서 2심 1조3808억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SK 주식 100원→16만 원, 盧 도움 있었다"
최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SK그룹 주식은 선대로부터 증여·상속받은 '특유 재산'이므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이같은 최 회장의 주장을 인정해 이를 제외하고 재산분할 액수를 정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다르게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선대 사망 이후 경영권 승계 이후 가치가 1주당 100원 정도인데 여러 과정을 거쳐 1주당 16만 원이 됐고, 이 과정에 선대 회장과 원고(최 회장)의 기여가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SK 주식은 혼인 기간 취득된 것이고, 상장이나 이에 따른 주식의 형성, 그 가치 증가에 1991년경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원고 부친에게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단된다"며 "이외에도 유·무형적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K그룹 주식은 공동재산이므로 분할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SK의 '태평양 증권 인수 자금'은 누구 비자금?
소송에서는 1992년 SK그룹의 태평양 증권 인수 과정도 문제가 됐다.
노 관장 측은 당시 SK그룹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가량을 써 태평양 증권을 인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만든 비자금을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최 회장 측은 SK 자금을 이용해 주식을 매수했다고 하지만, 당시 현금 흐름과 계좌내역 등을 살펴봐도 이를 입증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당시 자금 출처가 불분명했지만, 세무조사나 검찰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SK는 이동통신사업에도 진출했다"며 "지극히 모험적인 행위였으나, SK가 대통령과 사돈 관계를 보호막·방패막이로 인식하고 위험한 경영을 감행해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이 제시한 50억 원짜리 약속 어음 6장을 노 전 대통령과 최 선대 회장의 거래 증거로 봤다. 노 관장 측은 1심에서는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가 항소심에서 재판부에 약속어음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 약속어음은 차용증과 비슷한 측면이라는 것이 설득력 있다"고 봤다.
◇최 회장, 노 관장에 1조3808억 원 현금으로 지급해야
노 관장은 1심에서 최 회장에게 위자료 3억 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1조 원 상당의 SK㈜ 주식 절반(649만여 주)의 재산 분할을 요구했으나, 2심에서 재산 분할의 형태를 주식에서 현금으로 변경하고 금액도 2조 원대로 올렸다.
2심 재판부는 "법원이 산정해 본 원·피고의 순자산 합계는 약 4조원대"라며 "재산분할 방법에 관해 여러 검토를 한 결과 원고가 피고에게 돈으로 주는 방식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 3808억1700만 원, 위자료로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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