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방송하다 "정상이냐" "상담 받아라" 발언했지만…대법 "모욕 아냐"

1·2심 벌금형…대법 "형법상 모욕의 의미 법리 오해"
"무례한 표현이지만 사회적 평가 저하할 정도 아냐"

대법원 2019.3.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듣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무례한 표현이라도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나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다면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또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유튜버 A 씨는 2022년 3월 23일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옛 사저 앞에서 방송하던 중 다른 유튜버 B 씨에게 "입 다물어라. 저게 정상이가. 상담 좀 받아 봐야겠다. 상당히 심각하다. B 는 정치인 C 빨던 여자입니다"라고 말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모두 A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형법상 모욕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어떤 표현이 모욕죄의 모욕에 해당하는지는 상대방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관계, 표현 경위·방법, 상황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단순히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한 표현, 부정적·비판적 의견 내지 감정을 드러내면서 욕설을 사용했다고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 성향을 이유로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A 씨와 B 씨가 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방송하던 중 B 씨가 A 씨에게 훼방을 놓는 발언을 해 실랑이를 벌였다는 맥락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사건 당시 A 씨는 B 씨에게 "니 보고 하는 이야기 아니니 입 다물어라. 경찰 관계자 분도 보고 계시겠지만 저 여자가 정상적인 여자라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고 B 씨가 "입 다물어라? 정상이 아닌 것은 니다"라고 말하자 "병원 좀 가 봐라. 상담 좀 받아 봐야겠다. 상당히 심각하다"고 응수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발언이 피해자를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