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항소이유서만 1360쪽…'부당합병 의혹' 이재용 2심 시작부터 팽팽

검찰, 증거 2000개 새로 제출…전문가 11명 증인 신청
변호인 "새 증거 출처 밝혀야"…증인 신청도 의견대립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유럽 출장을 마치고 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4.5.3/뉴스1 ⓒ News1 강태우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56)의 항소심이 시작부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1심에서 완패한 검찰은 무려 1360쪽에 달하는 항소이유서와 증거 2000개를 새로 제출했다.

반면 이 회장 변호인들은 항소 이유를 전부 부인하며 증거 출처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증인 신문을 놓고도 신경전을 펼쳤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는 27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14명의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이 항소이유서를 6개 제출했는데 총 1360페이지"라며 "검사의 항소 이유에 대해 변호인이 인정하는 부분은 전무하다고 여겨지는데 인정하는 부분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변호인들은 "없다"며 항소이유를 전부 부인하는 취지로 답변했다.

검찰은 2심에서 2000개가 넘는 새로운 증거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출된 증거 중 상당수는 1심에서 제출된 기존 증거와 동일하나, 출처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검찰이 새로 제출한 증거 중 에피스 서버에서 추출된 증거와 다른 데서 추출된 증거를 제출한 것이 있다"며 "출처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양측은 향후 증인 신문 여부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문가, 자본시장법 전문가 등 11명을 신청했다"며 "항소심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하기 위해 최소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변호인은 "검찰이 신청한 증인 중 상당수는 이 사건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이 사건 합병에 대해 여러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검찰 의견에 맞는 전문가 진술을 법정에서 듣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일부는 이미 1심에 출석해 증언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11명 중 대부분이 이미 진술조서가 작성되어 있다"며 "1심에서 조사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새로운 증거도 아니라서 증인으로 다시 부르는 것이 형사소송규칙에 맞지 않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인으로 불러야 할 이유를 추가로 소명해야 긍정적인 고려가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회계 관련 전문가, 외감법 전문가가 모두 나올 때까지 증인조사를 해야 하는 것이냐"며 학자들 사이 의견이 대립한다면 굳이 출석할 필요 없이 전문가 의견서만 받아도 될 것 같다"고 지적하며 검찰에 증인신청 필요성에 대한 추가소명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기록 검토와 의견서 제출 등을 명한 후 다음 기일을 7월 22일로 정했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회계부정·부정거래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프로젝트-G(Governance·지배구조) 승계계획안'을 짜고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작업을 실행했다고 봤다.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삼성물산에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합병을 결정하고 합병 단계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시세 조종, 거짓 공시 등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만이 목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