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사유' 국선변호인 신청했지만 법원 기각…대법 "재판 다시 해야"

1심서 수급자 증명서 내고 국선변호인 선정…2심이 기각해
"빈곤으로 선임 못하는 경우 해당…국선변호인 선정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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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국선변호인을 신청했다가 기각된 뒤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은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가운데 재판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 씨는 사실혼 배우자 B 씨와 함께 거주하고 B 씨 명의 승용차를 타고 다녔는데도 승용차를 사용하지 않는 1인 가구라며 생계·주거급여를 신청해 2018년 1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2528만 원을 수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된 A 씨는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22년 11월 자신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라며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했으나 같은 해 12월 기각됐다. 2심은 A 씨만 출석한 상태에서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2심이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하면서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형사소송법 33조 2항은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 등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피고인이 청구하면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규칙 17조 3항은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가 있을 때는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형사소송규칙 17조의2는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하는 피고인이 소명자료를 제출하되 기록에 의해 사유가 소명됐을 경우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했다.

A 씨는 1심에서 자신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에 해당한다는 소명자료를 제출했고 1심은 국선변호인을 선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1심에 제출한 수급자 증명서 등에 따르면 피고인이 빈곤으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2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선변호인 선정을 결정해 선정된 변호인이 공판심리에 참여하도록 했어야 한다"며 국선변호인이 있는 가운데 항소심을 다시 하라고 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