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이 고지서 수령했다면 납세의무자에 송달됐다고 봐도 될까

법원 "적법 송달…평소 이의 제기 안 했다면 수령 권한 위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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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평소 등기우편물을 건물 경비원이 받아 주민들에게 전달했고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경비원이 납세고지서를 수령한 날 납세의무자에게 고지서가 송달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A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납세의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집배원으로부터 수령한 등기우편물 등 특수우편물을 아파트 경비원이 거주자에게 전달해 왔고, 아파트 주민들이 이러한 우편물 배달방법에 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납세의무자 및 아파트의 주민들은 등기우편물 등의 수령권한을 아파트의 경비원에게 묵시적으로 위임한 것"이라고 봤다.

이어 "아파트의 경비원이 납세고지서를 수령한 날, 납세고지서가 적법하게 납세의무자에게 송달되었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세무 당국은 2014년 1월분 A 씨의 아버지에게 과세처분 납세고지서를 발송했고, 사업장 소재지 건물의 경비원이 이를 수령한 이후 반송되지 않았다"며 "이 건물에 송달되는 우편물을 관례적으로 경비원이 수령해왔고 입주민들이 우편물의 수령권한을 경비원에게 묵시적으로 위임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납세고지서 송달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시송달 처리된 2014년 2~4월분 과세처분에 대해서도 "세무서가 과세 당시 주소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던 상황으로 보인다"며 "원고가 아파트 압류이후 약 9년 동안 처분에 관해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2022년 4월 공매공고가 난 이후 이 소송을 제기한 점에 비춰보면, 납세고지서 송달에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A 씨의 아버지 B 씨는 2013년 12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자신의 명의로 유흥주점을 운영했다. B 씨가 2014년 1~4월 개별소비세 2억7000여만 원을 내지 않자, 세무 당국은 안양시에 있는 B 씨 소유의 아파트를 압류했다. B 씨는 2015년 1월 사망했다.

이후 체납 기간이 길어지고 가산금이 더해지자 2022년 5월 기준 A 씨가 내야 하는 세금은 총 4억 7000여 만원까지 불어났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국세청에 심사청구를 했으나 각하되자 소송을 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