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녹취록' 속 XXX, 이재명 지칭 '위 어르신' 아닌 '위례신도시'

'정영학 녹취파일' 법정 재생, 남욱 확인…檢 '李, 위례개발 개입' 일축
김만배 "대통령되면 조용해질 것"…수사 초기 남욱, 李에 유리한 진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5.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서 XXX로 표시된 부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지칭하는 '위 어르신'이 아니라 '위례신도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녹취록에 적혀 있는 "XXX들이 너(남욱) 결정한 대로 다 해줄 테니까"를 두고 검찰과 이 대표 측이 공방을 이어왔다.

앞서 검찰은 'XXX' 부분이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을 지칭하는 '위 어르신'이라면서 위례 개발사업 과정에서 남욱 변호사 등 민간 개발업자들이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에서 열린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수수' 혐의 재판에서 '정영학 녹취록'의 불분명한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2분여 길이 음성 녹음파일이 재생됐다.

해당 녹취록은 2013년 8월30일 남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나눈 대화로 '민간업자 원하는 대로 사업을 추진하라'는 취지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남 변호사에게 한 말을 정 회계사에게 전달하는 상황이다.

녹취록에는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에게 "어떤 방법이 됐든 밖에서 봤을 때 문제만 없으면 상관이 없다. XXX들이 너(남욱) 결정한 대로 다 해줄 테니까. (공사) 직원들도 너(네가) 준 일정대로 진행하게끔 서류 다 줘서 얘기해 놨으니까. 너는 절대 차질 없이 해라"고 적혀있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공판에서 XXX는 '위 어르신'이라며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등을 지칭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측은 동의할 수 없다며 녹음파일 검증을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남 변호사는 이날 해당 부분을 듣자마자 "다 들었다. '위례신도시' 너 결정한 대로 다 해줄게"라며 "이 전체가 '위례신도시'라는 워딩"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확인차 해당 부분 녹취록을 PPT에 띄우고 반복 청취했다. 다만 이번 녹음파일 청취는 증거조사를 한 것이 아니고 증인신문 과정 일부로서 "증인(남욱)이 그렇게('위례신도시'라고) 했다고만 기재해달라"고 했다.

이날 검찰은 앞선 주신문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의 수장 격인 김만배 씨가 남 변호사에게 무슨 말을 했기에 수사 초반 이 대표에 유리하게 진술한 것인지 묻기도 했다.

남 변호사는 2021년 10월 19일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체포됐는데 직후 JTBC와 최초 인터뷰에서 "(대장동 사건 관련) 천하동인 1호 '그분'은 이 대표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남 변호사는 이날 "이 대표님께서 (성남시장 재선) 당선이 되시면 조용해질 거다"라며 "그러니까 제가 JTBC에 인터뷰해서 문제 됐던 내용을 정리해서 번복하라. 대통령이 되시면 조용해질 거니까 그런 쪽에 포커스 맞춰서 입장을 정리하라고 김 씨가 말했다"고 답했다.

남 변호사는 2021년 11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배임 등 혐의로 김 씨와 함께 구속기소 됐다. 1년여 뒤 기간 만료로 풀려난 후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 대표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이라는 것을 김 씨 통해 들어서 알았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한편 오는 14일부터 '성남FC 불법 후원금 수수' 관련 뇌물 혐의 부분 심리에 들어간다. 공동 피고인인 정 전 실장과 분리해 진행하기로 해 이 대표는 차회 기일부터 당분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