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닐봉지인 줄로 착각"…검찰, 처음으로 기소유예 직접 취소

기소유예 점검 후 '무혐의' 변경 첫 사례…헌재 심판보다 구제 빨라
'기소유예' 처분 받았지만 억울…헌재에 헌법소원심판 청구

서울 서부지검 로고 ⓒ News1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헌법소원이 제기된 기소유예 처분에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 전 검찰이 선제적으로 무혐의 결정을 내린 사례가 처음으로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상민 서울서부지검 인권보호관은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A 씨의 사건을 재기한 뒤 지난달 25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A 씨는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주점에서 케이크가 담긴 다른 손님의 비닐봉지를 들고 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A 씨가 10배 이상 합의금을 물어준 점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A 씨는 이후 "내 비닐봉지인 줄 알고 착각한 것"이라며 "절도 고의는 없었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하며 헌재에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은 헌재에서 심판회부 통지서를 접수하고 사건을 다시 살폈다. 사건 당일 A 씨는 장어가 든 비닐봉지를 들고 주점에 들어왔으며, 카운터에 자신의 봉지를 맡긴 사실을 잊고 근처 의자에 놓인 다른 봉지를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A 씨가 술에 취해 다른 사람의 물건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했을 가능성 등을 근거로 기소유예 처분을 무혐의로 변경했다.

검찰이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 선제적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변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대검찰청은 기소유예 불복 당사자가 헌재에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검찰이 해당 처분의 적법 여부를 다시 점검하도록 지시했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가 있어도 경미한 사안이거나 고령 등 피의자에게 고려해야 할 특성이 있는 경우 기소하지 않고 용서해 주는 검사의 처분을 말한다. 하지만 불기소라는 점에서 무혐의 처분과 같아 비슷하지만 일정 기간 수사경력자료에 기록이 남는다.

하지만 피의자가 기소유예(유죄)를 수긍할 수 없는 경우 헌법재판소까지 가서 기소유예 처분 취소 결정을 받아와야 한다. 현행법상 기소유예 처분 당사자는 항고(검사 처분에 불복)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헌법소원을 통해 취소 결정을 받기으려면 수년이 걸린다. 반면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재점검한 이번 사건은 헌재 소송 접수 약 1주일 만에 구제가 이뤄졌다.

한편 헌재에 청구된 기소유예 처분 취소 헌법소원심판은 해마다 늘고 있다. 이 가운데 당사자 주장을 받아들여 기소유예를 취소하는 결정 인용률은 평균 약 16%로 알려졌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