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사철도 아닌데 평검사 잇단 사의…'검찰 악마화' 후폭풍 현실로

서울중앙지검 등 전국 각지 줄사표…입직 6년차 주니어 검사도
"일선 검사 사명감·자긍심 무너져"…검찰총장, 이례적 '원팀' 강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자료사진) 2017.5.1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전국 각지의 검찰청에서 부장검사급 이하 평검사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정기인사가 이뤄진 지 불과 석 달여 만으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 흔들기' 영향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소속 A 검사(사법연수원 40기)는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공안통'이 되기 위한 필수코스인 법무부 공공형사과(옛 공안기획과)를 거쳐 2022년부터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해 왔다.

앞서 같은 부서의 B 부부장검사(37기)는 지난 3월쯤 사표를 제출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37기는 차기 검찰 정기인사에서 부장검사 승진 대상자로 분류된다.

두 사람은 일신상의 사유로 검찰을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집안 사정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입직한 지 10년 안팎의 '주니어' 검사들도 검찰을 떠나고 있다. 각각 2014년, 2018년 검사 생활을 시작한 창원지검 C 검사(변호사시험 2회)와 인천지검 부천지청 D 검사(변시 6회)도 지난달 중순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의를 표명하는 글을 올렸다.

인사철이 아닌 시기 줄사표 움직임은 이례적이다. 통상 정기인사로 수사팀에 배치된 검사는 2월 또는 7월 상하반기 인사 시즌에 맞춰 법복을 벗는다. 하지만 이처럼 중도에 하차하게 되면 다음 인사 때까지 충원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법무부는 올해 1월 말 상반기 정기인사를 실시하고 일선 검찰청에 수사 인원을 배치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검사는 "대여섯 명이 근무하는 한 부서에서 중도 하차 인원이 생기면 남은 검사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중간에 그만두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막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낮은 임금뿐 아니라 일련의 '검찰 악마화' 프레임도 평검사 줄사표 원인으로 지목한다. 검찰에 대한 비방, 견제가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검찰 해체 수준의 공약이 잇따라 나오면서 조직 사기가 꺾이고 있다는 얘기다.

검찰 내 극소수 수사에 불과한 정치적 사건이 부각되면서 '정치 검사'로 낙인찍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연루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재수사'가 대표적이다.

다른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사명감과 자긍심으로 버텨오던 일선 검사들이 검수완박 이후 이어진 검찰 흔들기로 열의가 꺾인 모습"이라고 전했다.

일부 검사의 사의 표명 직후 현직 부장검사는 '젊은 검사들의 탈검찰화'라는 글을 이프로스에 올리며 현 세태를 진단하기도 했다.

장진영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36기)는 지난달 25일 "격무나 잦은 인사이동, 급여 등 일신상의 이유만이 탈검찰화 가속화의 원인은 아닐 것"이라며 "일부 정치적 이슈가 된 사건 수사로 검찰의 부당한 이미지화, 소위 '검찰 악마화' 프레임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뒤숭숭한 분위기에 검찰 고위층도 '원팀'을 강조하며 조직 다잡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2일 월례 회의에서 "'어떤 선수도 팀보다 위대하지 않다'는 경구를 인용하며 "최일선에서 몸 던져 뛰고 있는 검찰 구성원에게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같은 날 "근거 없는 검찰에 대한 악마화와 비방은 젊은 검사들 사기를 떨어뜨리고 사법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저하한다"고 말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