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물림 사고'로 얼굴 붉힌 이웃 형사조정으로 화해…"큰 도움 됐다"

서부지검·고양지청·통영지청 1분기 우수사례

대검찰청 2022.8.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개물림 사고'로 얼굴을 붉히던 이웃사촌이 검찰의 형사조정제도를 통해 합의에 이르고 화해까지 할 수 있게 됐다.

대검찰청은 서울서부지검·의정부지검고양지청·창원지검통영지청 등 2024년 1분기 형사조정 우수사례 3건을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형사조정이란 형사사건에서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화해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전문가들로 구성된 형사조정위원회가 조정하는 제도다. 피해자가 시간과 돈을 들여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신속하게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검에 따르면 80대 고령인 A 씨의 관리 소홀로 목줄이 풀린 진돗개가 옆집에 살던 B 씨의 오른쪽 발목을 물어 다치게 했다. A 씨와 B 씨는 감정이 상한 탓에 1차 조정이 불성립됐다.

그러나 서울서부지검 조정위원은 두 사람에게 연락해 이야기를 듣는 등 2차 조정을 시도했다. 조정위원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주의 의무를 태만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책임져야 한다"고 A 씨를 설득했다. 합의에 소극적이던 B 씨에게는 합의가 성립될 때 얻는 이익과 위자료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A 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적정한 합의금이 책정되면서 민사적 내용도 해결됐다. 이후 A 씨는 "형사조정제도가 큰 도움이 됐다"며 감사 편지를 보냈다.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위아래층 주민이 서로 모욕·폭행하는 등 형사분쟁 4건을 종결시킨 사례(의정부지검 고양지청)도 우수사례로 꼽혔다.

폭행사건 1건은 약식기소돼 재판 중이었고 모욕 2건, 폭행 1건이 조정에 회부됐는데 조정위원들은 감정이 악화할 대로 악화한 사건의 당사자들을 별도 조정실에서 분리 조정하기로 했다.

조정 당일 분리 조정과 개별 면담을 통해 당사자들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화를 시작해 결국 합의금 없이 화해했고 재판 중인 사건에서도 합의에 이르렀다.

농사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피해자 허락 없이 피해자 소유 나무에 제초제를 뿌리고 나무 밑동을 베어낸 사건을 해결한 사례(창원지검 통영지청)도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합의금액 입장차로 조정 성립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고령인 피의자가 배를 타고 형사조정실까지 출석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해당 섬 출신 조정위원들이 직접 현장까지 나섰다.

휴일에 섬을 찾은 조정위원들은 나무를 벨 수밖에 없던 사정과 합의금에 대한 피의자 의견, 지역 주민 의견을 들은 뒤 피해자를 2시간동안 설득했다. 피해자가 이에 동의하면서 조정이 성립됐다.

당사자들은 조정위원들에게 "인접 토지 분쟁으로 오랫동안 불편하게 지내 왔는데 형사조정을 통해 원만히 해결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