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증원·연임제 폐지 물거품"…공수처법 개정안 무더기 폐기 수순

21대 국회 한 달 남았는데…공수처법 개정안, 단 1건 통과
판·검사 증원 맞물려 조직 확대 무산 위기…국회 "논의 조차 없어"

경기 과천정부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2021.3.2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21대 국회 임기 만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법안이 무더기로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수사 인력 충원 등 조직 확대 방안은 판·검사 증원법과 맞물려 담보 상태다. 일부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기소권 불일치 문제와 검사 정년 보장 방안도 22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21대 국회 공수처법 1건 통과 그쳐…검사 등 조직 확대 요원

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공수처법 개정안은 모두 35건이다. 그중 공수처장 추천 규정과 검사 임용 요건을 정비한 1건만 국회 문턱을 넘었고 대안 반영으로 폐기된 4건을 제외하면 30건이 계류돼 있다.

이를 제외하고 21대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공수처 출범 전인 2020년 8월 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운영 규정과 2022년 8월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 감사요구안이 전부다.

반면 현재 25명인 공수처 검사 정원을 40명으로 확대하는 안을 비롯해 수사관(40→50명), 행정 직원(20→40~60명)에 대한 증원 안도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법사위)에서 잠자고 있는 상태다.

검사 부족은 공수처 수사 지연 핵심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검사 25명은 차장검사가 없는 일선 검찰 지청 수준이다. 특수 수사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 게다가 연이은 이탈로 현재 가용 인원은 19명에 불과하다.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준비에 앞서 "작은 조직으로 구성돼 굉장히 힘들게 수사하고 있는 것 같다"며 "처장이 된다면 개선할 방안을 국회에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21대 국회의 공수처 정원 이슈는 판사·검사 증원법과 함께 '패키지'로 처리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다. 여·야가 검사 증원 이슈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공수처 증원법도 폐기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법사위 소속 한 국회 보좌관은 "판·검사 증원법에 비해 공수처 정원 확대는 비교적 중요성이 적다고 여겨진다"며 "한동안 논의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28일 오전 경기 과천시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에 오동운 변호사(55·사법연수원 27기)를 지명했다. 2024.4.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수사-기소권 일치·검사 연임 심사제 폐지도 기약 없어

수사 범위 정립과 기소권 일치도 주요 과제다. 현행법은 '타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공수처에 이첩한다'고 규정해 사실상 수사권이 박탈된다는 우려가 이었다. 이에 고소·고발 사건이 접수되면 공수처에 보고가 되는 안이 발의된 상태다.

또 대법원장, 대법관과 달리 수사는 가능하지만 공소·공소 유지 대상에서 제외된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을 기소 범위에 포함하고, 고위공직자 범죄에 권력형 성범죄를 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3년 단위의 연임 심사제 폐지는 공수처 안팎에서 꼽는 조직 정상화 방안 중 하나다. 업무 연속성 유지를 위해 연임 규정을 폐지하고 7년마다 적격성 심사를 통해 정년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공수처 검사 임명 시 처장에게 제청권을 주자는 법안도 제시됐다.

공수처를 '독립기관'으로 정해 행정부에서 통제받는 예산·회계권을 별도로 줘야 한다는 안도 지난해 9월 발의돼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 출범을 앞둔 2020년 당시 여야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법안이 누더기로 만들어졌다"며 "조직 확대나 수사·기소 범위 규정안은 공수처 정상화의 첫걸음"이라고 지적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