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일용노동자 월 근로일수 20일"…21년 만에 바뀐 판단(종합)

1심 19일→2심 22일…"통상근로계수 22일 전제 산출"
대법 파기환송…"근로·생활여건 변하고 통계 바뀌어"

대법원 2016.6.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노동자가 업무상 재해를 입었을 때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한달 근로일수는 20일을 초과해 인정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월 근로일수를 22일로 줄였던 2003년 이후 21년 만에 견해가 변경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5일 근로복지공단이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대체공휴일이 신설되고 임시공휴일 지정도 가능해져 연간 공휴일이 증가하는 등 사회적·경제적 구조에 지속적 변화가 있었다"며 "근로자 삶의 질 향상과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는 등 근로·생활 여건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의 최근 10년 월 평균 근로일수 등에 의하면 과거 대법원이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 정도로 보는 근거가 된 통계자료 등의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고 봤다.

이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0일을 초과해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원심은 관련 통계나 도시 일용근로자의 근로여건에 관한 사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심리해 월 가동일수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용직 노동자인 A 씨는 2014년 7월 30일 경남 창원의 여관에서 높이 28m의 굴뚝 철거 작업을 하다 크레인에 연결된 안전망이 굴뚝 위 피뢰침에 걸려 뒤집히면서 약 9m 높이에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안전망에 함께 타고 있던 동료가 숨지고 A 씨는 좌측 장골과 경골, 비골이 골절됐다.

공단은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A 씨에게 휴업급여 2억 900여만 원, 요양급여 1억 1000여만 원, 장해급여 3167만 원을 지급했다. 이후 공단은 크레인의 보험자인 삼성화재를 상대로 7957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도시 일용노동자의 월 근로일수를 19일로 계산하고 삼성화재가 공단에 7118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월 근로일수를 22일로 계산하고 1심보다 많은 7460만 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하는 통상근로계수는 일용노동자의 한 달 평균 근로일수 22.3일을 전제로 산출된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월 근로일수를 20일로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월 근로일수를 종전 25일에서 22일로 변경한 2003년 이후 21년 만에 견해를 바꾼 것이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모든 사건에서 월 가동일수를 20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증명하면 20일을 초과해 인정될 수 있고 사안에 따라 20일 미만이 인정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 기준점이 월 가동일수 22일에서 20일로 줄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실제 실무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