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 잡으려던 경찰 총알, 애꿎은 행인 턱뼈 관통…"정부 2억 배상"
법원 "경찰 현장 통제 의무 다하지 않아…90% 책임"
- 임세원 기자
(서울=뉴스1) 임세원 기자 = 경찰이 맹견 진압 과정에서 발사한 실탄에 빗맞아 턱뼈가 골절된 미국인에게 국가가 2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9부(부장판사 고승일)는 최근 미국인 A 씨(68)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A 씨에게 2억827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경찰은 2020년 3월경 경기도 평택시의 산책로에서 핏불테리어 한 마리가 난입해 다른 개들을 물어 죽이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진압에 나섰다. 이 개는 근처에서 거주하던 한 미군 중사의 집에서 탈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테이저건을 이용해 맹견 진압에 나섰으나, 배터리 방전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권총을 이용해 사살하기로 했다.
그러나 개를 향해 쏜 실탄은 맹견을 빗나가 바닥을 맞고, 다시 튀어 올라 무단횡단 중이던 A 씨의 턱을 관통했다. 이 사고로 A 씨는 턱뼈가 관통되며 영구 장해를 얻었다.
재판부는 경찰의 책임 비율을 90%로 산정했다. A 씨 또한 전방을 잘 살피는 등 자기 보호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이 사고는 무기 사용의 허용 범위를 벗어난 경찰관의 위법 행위로 발생해 원고 A 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국가가 A 씨에게 치료비 90%와 위자료를 더해 총 2억 827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권총을 사용하지 않고도 맹견을 제압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했고, 권총을 사용함에 있어서도 예상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경찰관에게는 주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총알이 발사되는 방향으로 통행하는 사람이나 차량이 없는지 확인하고 주변인의 접근을 통제하는 등 현장 통제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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