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현수막 공해' 소송전 결말은[세상을 바꿀 법정]

①인천시 옥외광고물 규제 조례 위법?
"조례가 상위법 저촉" vs "옥외광고물법, 평등권 위배"

편집자주 ...판결은 시대정신인 동시에 나침반이다. 옳고 그름의 기준을 제시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많은 법정에서 나침반의 방향을 돌려놓을 사건들이 계속 논의되고 있다. '세상을 바꾼 법정' 시리즈를 통해 과거의 시대정신이 어떻게 대체됐는지를 살펴본 데 이어 '세상을 바꿀 법정' 시리즈를 통해 나침반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 짚어봤다.

지난해 5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 횡단보도에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뉴스1 DB, 기사와 관련 없음)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법에서 허용한 것을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막는 것은 위법하다(행정안전부)"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기본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법이 잘못됐다(인천시)"

정당 현수막 규제를 놓고 행정안전부와 인천시가 벌이고 있는 소송전은 이렇게 요약된다. 난립하는 정당 현수막에서 촉발된 '도시 공해' 논란이 급기야 지자체와 중앙부처 간 소송전으로 비화한 셈이다.

혐오·모욕적 내용이 담긴 정당 현수막 난립에 피로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자 인천시가 가장 먼저 칼을 빼들었다. 반면 행안부는 상위법에서 허용한 사항을 별도 위임 없이 규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오는 25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인천광역시의회를 상대로 낸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의 2번째 변론기일을 연다.

◇ 옥외광고물법 '평등권 침해' vs 조례로 법 제한 '위법'

사건의 발단은 2022년 12월11일부터 정당 현수막을 설치할 때 신고 절차와 장소 제한을 두지 않는 내용의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부터다.

개정안 시행 이후 정당 현수막이 지나치게 낮은 위치에 설치되거나 한 곳에 대량 설치되면서 전국적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잇따랐다. 난립하는 정당 현수막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시민 불만도 제기됐다.

실제로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4월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법 시행 전 3개월 동안 6415건이던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은 법 시행 후 3개월 사이 1만4197건으로 2배 이상 크게 늘었다.

인천시는 지난해 6월부터 △지정된 장소에만 정당 현수막을 게시하고 △갯수는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로 제한하며 △정책 홍보가 아닌 혐오나 비방 내용을 담지 못하게 하는 옥외광고물 개정조례를 시행했다.

정치권과 행안부는 조례 제정과 의결, 시행 과정에서 위법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조례가 시행되자 행안부는 대법원에 해당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행안부는 인천시가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에서 허용한 사항을 별도의 위임 없이 규제해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는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을 옥외광고물법이 위배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일반 시민과 정당에 속하지 않은 정치인 등은 현수막을 걸 때 크기, 형태, 장소 등의 제한을 받는데 정당 소속 정치인에게만 규제하지 않아 평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천시 연수구 관계자가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의 거리에 걸린 정당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2023.7.12/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 집행정지 신청 기각, 옥외광고물법도 개정

인천시는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는 공포된 조례가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효력이 정지하기 전까지 일제 정비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지난해 7월12일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정당 현수막 단속과 강제철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에 더해 지난해 9월 대법원이 "이 사건 신청의 이유가 없다"며 행안부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 인천시의 정당 현수막 강제철거 활동에 힘이 실렸다. 상위법 저촉 여부를 따지는 본안 소송 결론만이 남은 상태다.

이와 별개로 정당 현수막 개수와 설치 장소 등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법 공포안과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 지난 1월부터 시행됐다. 인천시가 조례로 정당 현수막에 규제를 강화한 것고 같은 맥락이다.

개정 시행령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과 소방시설 주변 주정차 금지표시 설치 구간에는 정당 현수막을 설치할 수 없다. 교차로·횡단보도·버스 정류장 주변에 정당 현수막을 설치할 때는 높이도 제한된다.

과거 연수구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던 대학생이 정당 현수막에 걸려 넘어진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옥외광고물법이 '생명권'에 위협이 되고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인 '환경권'도 침해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