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병실 환자를 소화기로 퍽…치매노인의 살인, 무죄 확정 '왜?'

병실 나가다 저지당하자 범행…피해자 사흘 뒤 사망
1·2심 무죄, 대법은 상고 기각…"변별·의사능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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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같은 병실 환자의 얼굴을 철제 소화기로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증 치매 환자의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 씨(78)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A 씨는 알코올성 치매로 부산의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던 2021년 8월 자신의 침상 오른쪽에서 자고 있던 피해자 B 씨의 얼굴과 머리를 철제 소화기로 여러 번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범행 당시 병실 밖으로 나가려다 간호조무사에게 여러 번 제지당한 뒤 알 수 없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흘 뒤 사망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범행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 발생 약 1개월 후 실시한 정신감정 결과 A 씨는 전반적인 인지기능 저하로 인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주변인의 도움이 상당히 필요한 중증 인지장애 상태에 있으며 범행 당시에도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평가됐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름, 거주지, 주민등록번호 등을 답변하기도 했지만 범행 동기나 경위, 당시 상황 등을 기억하지 못하고 범행이나 조사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심 재판에도 출석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당시 알코올성 치매로 인해 인지기능이 현저히 저하,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상실된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치료감호 청구도 "가족이 지속적인 보호와 치료를 다짐하는 등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며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기각했다.

2심 역시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합리적으로 판단·구별하거나 자신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이라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이 옳다고 판단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