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사망' 택시기사 폭행한 운수회사 대표 징역 1년6개월(종합)

유족·열사대책위 "처참한 결과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판결…항소"
檢 "지위 악용해 근로자 지속적 탄압…방씨 사망에 결정적 원인"

임금체불 갈등 등으로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고 방영환 씨의 장례가 142일 만에 노동시민사회장으로 엄수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2024.2.2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박혜연 기자 = 임금체불 갈등으로 분신해 숨진 택시 기사 방영환 씨를 폭행·협박한 혐의를 받는 운수회사 대표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에 유족 측은 "처참한 결과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검찰에 항소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손승우 판사는 15일 근로기준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모욕, 특수협박, 상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모 씨(51)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근로자에 대한 범행으로 피고인이 약식명령 받은 명예훼손을 포함해 6개월 이내에 발생한 연이은 범행"이라며 "피해자가 사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근로자에 대한 상해 범행도 반복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사용자의 임금지불 의무는 가장 기본적인 사용자 의무에 해당함에도 강제집행 이후에도 임금 지급을 거부해 그로 인해 피해자가 상당한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처벌 전력에서 보이듯 사용자의 의무 저버리는 것과 함께 폭력적인 성향이 합쳐져 사안이 가볍지 않고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직도 범행을 대부분 부인하며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피해자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피해자가 생전에 제기한 재신청과 민사소송 등이 인용되지 않은 사정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지우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보이는 점, 벌금을 초과하는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실형 선고와 함께 재판부는 정 씨가 신청한 보석도 기각했다.

이날 판결 선고 이후 유족과 방영환열사대책위는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소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규수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한 것은 다행이지만 범행의 동기, 피의자의 반성하는 태도, 그리고 결과의 중대성까지 고려한다면 지나치게 가벼운 판결"이라며 "유족, 대책위와 상의해 검찰에 항소촉구 의견서를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이 사건에는 폭행, 협박, 모욕, 명예훼손, 해고, 임금체불 등 노동관계법상 가능한 모든 범죄가 동원됐다"며 "실형 1년 6개월은 앞으로 피고인이 1년만 더 살면 나올 수 있단 말인데, 그토록 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피해자 사망 이르게 했으면서 이 정도밖에 처벌을 못 하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 씨의 딸 방희원씨는 "아버지가 몇 년 동안 고생하신 걸 생각하면 1년 6개월은 너무 가벼운 형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가장 힘든 건 아직도 정 씨가 아버지에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반성의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울먹였다. 이어 "더 중대한 형이 내려져서 저희 아버지 앞에서 반성 사과하는 날 올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정 씨는 지난해 3월 1인 시위 중인 방 씨를 폭행하고 4월에는 집회 중인 방 씨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 혐의를 받는다. 또 8월에는 1인 시위 중인 방 씨를 화분 등으로 위협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정 씨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자 방 씨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지속해서 멸시, 폭행, 협박해 결국 분신 사망하는 데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며 "특히 방 씨의 사망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법정에 이르기까지 진지한 반성의 태도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당초 1심 선고기일은 지난달 15일이었지만 재판부는 "검사와 유족이 제출한 증거 영상을 법정에서 재생해 시청하는 방법으로 증거조사를 하겠다"며 한 차례 선고를 연기했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