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수익 인증' 리딩방 운영…사설 선물 HTS 사기조직 30명 기소
불법 선물거래 프로그램 이용해 169명에게 90억원 편취
작년 4월 수사 착수…범죄수익 20억 특정해 추징보전 예정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불법 선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운영하며 투자자들을 유인해 약 90억 원을 편취한 일당 30명이 기소됐다.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영미)는 국내에서 'OO에셋'이라는 사설 선물 HTS를 운영한 조직원 10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2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가상으로만 거래가 이뤄지는 선물 HTS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서버를 구축하며 기술 지원 등을 제공하는 '공급조직'과 △'OO에셋'이라는 이름으로 불법 선물 HTS를 운영하는 '운영조직'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공급조직은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실존하는 HTS 프로그램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관련 기술을 운영조직에 공급했다. 운영조직은 여러 지점을 두고 회원을 모집, 투자금을 얻으면 대포통장 공급업자의 도움을 얻어 수익금을 현금으로 세탁해 정산했다.
이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거액의 증거금이나 교육 참여 없이 쉽게 선물 거래를 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실제 HTS와 비슷한 화면으로 투자자들을 유인했고 매매 타이밍을 알려주는 소위 '리딩방'(단체대화방)을 운영했다.
조직원들은 자신들도 회원인 것처럼 리딩방에 참여해해 허위 수익을 인증하면서 회원들의 투자를 유인했다. 리딩방에서 조직원들은 "오늘 리딩 너무 좋네요. 매일매일 이렇게 보여주시면 좋겠어요"라고 호응하고, 허위 수익을 인증하는 등 바람을 잡으며 회원들에게 적극적인 선물 거래를 유도했다.
회원들이 본 손실은 고스란히 조직의 수익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특정 회원을 언급하고 "30만원 입금했네"라며 계속 잃게 될 것이라는 등 손실을 보게 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한 회원은 3억 원이 넘는 손실을 보는 등 경제적 피해를 봤다.
운영조직 본사는 수사망을 회피하기 위해 지점과 텔레그램으로 연락하고, 공급조직에서 제공한 서버에 원격으로 접속해 인터넷뱅킹으로 입출금을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이들이 피해자 169명에게 얻은 총 투자금은 90억 원에 달했다.
수사 과정 초반 범행을 부인했던 이들은 검찰이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다량의 증거를 제시하자 결국 자백하고 공범에 대해서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부터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같은 해 8월 필리핀에서 입국한 공급조직 개발자 A 씨를 구속 기소하고 이어 올해 3월까지 운영조직 본사 운영자 4명과 지점장 2명, 지점 조직원 3명을 구속 기소했다. 여타 조직원과 대포통장 업자 등 20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도피한 공범 2명은 현재 검찰이 추적 중이다.
검찰은 주요 피고인 14명의 범죄수익이 약 20억 원 상당임을 확인하고 이 가운데 확보된 부동산이나 차량 등 재산 12억 원을 추징보전했다. 검찰은 나머지 수익에 대해서도 추징보전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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