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상사 폭행했는데"…국내 첫 법률 AI 써보니 '기대 이상'

민형사·행정소송 두루 답변…상표 뜻, 비속어도 이해
한계도 분명…"법률 상담은 변호사에게" 답변 되풀이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술을 마시고 직장 상사를 때렸는데 상사가 저를 폭행죄로 고소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주변에서 합의하면 재판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데 맞는 얘기일까요?"

(서울=뉴스1) 임세원 기자 = 질문 13초 후 '인공지능(AI) 법률 상담 서비스'는 폭행죄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합의 시 재판받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그러면서도 "합의하더라도 수사기관의 조사나 재판은 진행될 수 있으므로 이 점을 유의하라"고 조언했다.

합의했는데도 재판받는 경우가 무엇이냐고 뒤이어 질문했다. 그러자 이전 답변의 내용을 기억하고 합의와 상관없이 폭행으로 처벌된 진행된 사례를 알아보기 쉽게 3개 항으로 나눠 설명했다.

대륙아주 AI와의 대화 장면 갈무리 (AI 대륙아주 웹사이트)

최근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선보인 법률 AI 챗봇 'AI 대륙아주'가 내놓은 답변은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13초'라는 시간은 매력적이었다. 이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사례를 찾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가늠이 어렵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AI 대륙아주는 넥서스 AI와 네이버의 대규모 언어모델인 '하이퍼클로바X'의 기술을 통해 질문 내용을 파악하고, 대륙아주의 실제 법률 상담 내용에 기반해 답변을 생성하는 구조의 챗봇이다. AI 챗봇은 실생활에 얼마나 활용될 수 있을까.

대륙아주 AI와의 대화 장면 갈무리 (AI 대륙아주 웹사이트)

◇30초 내 민사·형사·행정 모든 분야 답변…예외 상황까지 설명

폭행 사건보다 법리적으로 더 복잡한 부동산 문제도 물어봤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명의의 토지가 있는데 상속자인 자녀 대부분은 사망했고 이 토지의 존재 사실은 손자인 자신과 어머니만 아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토지에 건물을 지어도 되냐고 질의했다.

그러자 AI 대륙아주는 24초 만에 합법적 건축물 등록 여부는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질문자가 취해야 할 상황을 절차대로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해당 토지가 할아버지의 소유인지, 상속 절차가 완료됐는지 확인한 뒤 상속인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 경우 민사 소송을 진행해야 할까, 행정 소송을 진행해야 할까. AI 대륙아주는 둘 다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상속인 중 일부가 자신의 상속분을 주장할 경우 민사상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를 해야 하고, 건축물 등록이 행정기관에서 거부당할 경우 행정상 '거부처분의 취소'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륙아주 AI와의 대화 장면 갈무리 (AI 대륙아주 웹사이트)

◇'당근마켓' 의미, 비속어도 모두 이해…민사, 형사 상황 정확히 판단

"당근마켓에서 폰을 샀는데 판매자 말이랑 다르게 상태가 안 조음. 켜지지도 않음. 환불해 달랬더니 싫다고 하는데 이새키 어떻게 처벌 안 되나?"

'당근마켓'이라는 특정 상표의 사회적 뜻과 비속어, 틀린 맞춤법을 이해하고 적절한 답변을 생성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런 질문을 던졌다.

AI 대륙아주는 질문의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 답변을 생성했다.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중고 거래 물품의 하자로 인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 당사자 간의 합의를 권고하거나 조정을 통해 분쟁을 해결해 주고 있다"며 답했다.

민법 580조를 언급하며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판매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안내했다.

대륙아주 AI와의 대화 장면 갈무리 (AI 대륙아주 웹사이트)

형사 처벌 가능성을 재차 질의하자 "중고 거래 사기의 경우 형법 347조에 의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면서도 "위의 경우 물건의 하자 여부에 따라 민사 소송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거래 상대방이 처음부터 물건을 판매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대금을 편취한 것이 아니라면 형사 처벌은 어려울 수 있다"고 답했다.

판매자가 처음부터 물건을 판매할 능력이 없음에도 돈을 편취할 목적으로 사기를 친 형사 사건인지, 혹은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민사 사건인지를 구분하는 대목이다.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20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법률 AI 챗봇 'AI 대륙아주' 시연회를 열고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질문과 어긋나는 답변 등 한계 있어…"변호사 아니라 미흡, 구체적인 건 변호사와"

그러나 한계도 분명했다. AI 대륙아주는 상황 설명이 부족한 질문에는 관련 법 조문만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경우 답변이 구체적이지 않고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변호사와 상담하라"는 조언을 되풀이했다.

부동산 관련 질문 후 "이 상황에서 어떤 절차부터 밟아야 하냐"고 묻자 뜬금없이 이혼 소송 절차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지는 질문을 5개로 제한한 것도 다소 아쉬운 대목이었다. 답변 내용에 대해 재차 질문할 사항이 많았는데 한 주제에 관해 주어진 기회를 모두 사용하면 새로운 질문을 생성해야 했다.

이규철 대륙아주 변호사는 "AI 대륙아주는 변호사가 아니므로 답변이 구체적이지 않고 일반적인 수준 그쳐 기대에 미흡할 수도 있다"면서 "법률행위를 할 땐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할 걸 권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는 이 서비스가 변호사법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서비스 개시에 앞서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소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변호사는 "변호사법 관련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지만 해석상 여러 이슈가 있을 수 있으므로 변협에 자료를 제출하고 향후 발생하는 문제는 차근차근 해결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sa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