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지연' 법원장도 팔 걷다…김국현 행정법원장 "나설 수 있어 다행"

법원장이 재판장…장기미제사건 중 고분쟁 사건 배당
김 법원장 "국민 신뢰 회복 기회"…북부지법도 오늘 재판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이 18일 장기 미제사건 전담재판부 첫 재판을 하고 있다. ⓒ 뉴스1 임세원 기자

(서울=뉴스1) 임세원 기자 = 법원장이 직접 장기미제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행정법원 장기미제사건 전담재판부가 18일 첫 재판을 열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9부(법원장 김국현)는 이날 장기 미제사건 중 14건에 대한 변론 기일을 진행했다. 행정 9부는 합의재판부에서 접수된 지 3년 이상 지난 장기 미제 사건 중 사안이 복잡한 고분쟁성 사건 40여건을 배당받았다.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58·사법연수원 24기)은 이날 오후 2시 배석판사들과 함께 법정에 들어선 뒤 재판장석에 앉았다. 법정 내 마련된 20개 방청석은 변호인들과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김 전 법원장은 재판 시작 전 미소를 지으며 "법원장으로서는 제가 처음으로 재판하는 것 같다"며 "판사는 재판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적체된 장기 미제 사건을 일부나마 담당하고 처리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법원장으로서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김 법원장은 지난달 5일 서울행정법원장으로 부임했다. 지난달 1일 창원지법에서 부장판사 재직 시절 재판을 진행한 후, 한 달 반 만에 일선에 복귀했다.

이날 김 법원장은 첫 사건으로 한국환경공단과 세무 당국 간 부가가치세 관련 분쟁 사건을 심리했다. 김 법원장은 양측 법률 대리인에 "오랜만이다"고 말하며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재판을 이끌다가도 제출한 서류를 한장 한장 넘기며 제출 서류의 미비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오후 3시30분경에는 아동학대를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은 초등학교 교사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면서 제기한 소송의 2차 변론 기일을 진행했다.

이 사건은 관련 형사사건의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그간 행정소송 변론은 잠시 멈춘 상태였는데, 최근 대법원판결이 내려진 후 김 법원장의 재판부로 재배당돼 변론이 재개됐다.

김 법원장은 "형사사건은 형사사건대로, 저희 행정사건은 행정사건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가능하면 4월 15일에 열릴 차회 기일에 재판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하면서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한 법원장 장기 미제 사건 담당 제도를 마련했다. 재판 능력이 우수하고 경력 있는 재판장이 나서서 장기 미제 사건을 직접 해결하자는 취지다.

같은 취지로 이날 서울북부지법에서는 박형순 북부지법원장이 오후 2시부터 직접 재판을 진행했다.

윤준 서울고법원장은 서울고법 민사60부 재판장을 맡아 대법원 파기환송 민사 사건 6건에 대한 변론기일을 오는 4월 18일 진행한다.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도 서울중앙지법 민사62단독 재판장을 맡아 이달 28일부터 장기 미제 사건을 담당하기로 했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법원장이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을 전담 처리함으로써 각 재판부의 효율적인 사건관리가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sa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