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내용 일부만으로 명예훼손 기소유예…헌재 "취소해야"

"수사 미진·법리 오해 잘못…자의적 검찰권 행사"
"기사 내용·관련 댓글 상황·전문 확인해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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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검찰이 포털 사이트 뉴스 기사에 게재된 댓글 내용 중 일부만으로 명예훼손 피의사실을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변호사시험 준비생 A 씨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2023년 3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명예훼손) 혐의로 송치된 A 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A 씨는 2016년 8월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전직 리듬체조 선수 B 씨의 인터뷰 기사에 '비네르 사단의 성적조작 수혜자가'라는 댓글을 게시, 허위 사실을 적시해 B 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A 씨는 댓글 전문을 확인해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수사기관에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현저한 수사 미진 및 중대한 법리 오해의 잘못에 터잡아 이루어진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해당 기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종료된 후 국가대표 선수들의 귀국 기자회견이 이뤄진 상황에서 B 씨의 인터뷰 내용을 다룬 기사로, B 씨를 응원하거나 비판하는 댓글들이 논쟁적으로 달려 있었다.

A 씨는 "자, 비네르 사단의 성적조작의 수혜자가 B라고 치자. C도 러시아에 월 3000에 유학갔는데 왜 성적이 고따구였지?? 그리고 이번에 러시아 동행단에 일본 D 선수도 있었는데 비네르가 그렇게 전지전능하다면 왜 그 선수 결선 진출도 못 시켜줬는지?"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A 씨는 B 씨가 성적조작의 수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B 씨를 응원하기 위해 '자 비네르 사단의 성적조작 수혜자가'라는 표현이 포함된 댓글을 달았던 것이었다.

헌재는 "사정이 이와 같다면 청구인에게는 B 씨의 명예에 대한 가해의 의사나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어 B 씨를 비방할 의사가 없었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댓글 전부 등에 대해 충분히 수사하지 않은 채 발췌돼 송치된 일부 표현만을 근거로 B 씨를 비방할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뉴스 기사의 내용, 댓글 기재 당시 관련 댓글들의 상황, 댓글 전문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명예훼손죄의 범죄구성요건 성립 여부를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판시한 최초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