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정치활동 기회 달라"…재판부 "증거 의견 선넘었다"(종합)

송영길 "검찰이 모욕·정치인생 먹칠…비겁한 행위"
재판부 "위법증거수집 주장 재판지연 목적 아니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23.12.1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서한샘 기자 =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및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4일 첫 재판에서 "검찰이 추측에 기초해 기소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첫 공판기일에 "저를 모욕하고 정치 인생을 먹칠하려는 (검찰의) 비겁한 행위"라며 이같이 말했다.

◇ '위법수집 증거' 공방에…재판부 "재판 지연 목적 아니냐"

이날 송 전 대표 측은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 수사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돈봉투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갑자기 먹사연을 수사했다"며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데도 수사기관이 돈봉투 사건으로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으로 먹사연 정보를 수집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과 검찰이 위법수집 증거 여부를 두고 공방을 계속하자 재판부는 "위법수집 증거의 결론이 날 때까지 재판을 중단하고 위법수집 여부만을 따질 수는 없다"며 "다음 기일인 18일에는 위법수집 증거만 논의하겠다"고 중재에 나섰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위법수집 증거 주장을 뒤늦게 한 점을 지적하면서 "위법수집 증거가 갑자기 쟁점으로 튀어 올랐다"며 "재판부에도 검토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밝힐 때도 선이 있는데 그 선을 넘은 것 같다"며 "재판 지연 목적이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 "'돈봉투 사건' 송구하지만…법률적 책임 없어"

송 전 대표는 이날 "검찰이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해 상대방의 고발이 없었는데도 인지 수사한 것은 이 사건이 처음"이라며 "공직선거법 위반은 법적 안정성을 위해 선거가 끝나는 날로부터 6개월이면 공소시효가 만료되는데 정당법 위반은 공소시효가 적용이 안 돼 입법 미비로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직선거법과의 형평성을 토대로 정당법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검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사건에 저의 정치적 책임이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법률적으로 말하면 저는 관여한 바가 없고 전혀 모르는 사건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녹취록을 보더라도 사실상 제가 지시한 것이 없다"며 "공소장도 박용수 전 비서관과 부외자금을 포괄적으로 상의해 개별 보고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에 기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내내 격앙된 모습으로 열변을 토했다. 진술 도중 말을 멈추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 "정치활동 할 기회 부탁…조국도 구속 안 돼"

재판부는 6일 송 전 대표를 보석 심문하기로 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보석을 청구했다.

송 전 대표는 의견 진술에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정치인으로서 나라를 위해 나름 투명하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며 "총선이 다가오며 내일모레 정당을 창당하는데 정치활동을 할 기회를 주기를 부탁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송 전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2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법정 구속되지 않아 정치활동을 하고 있고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도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았지만 구속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송 전 대표는 먹사연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억6300만 원을 받고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소각 시설 청탁을 받으며 4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1년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는 이성만 의원과 사업가 김 모 씨로부터 각각 1000만 원과 5000만 원의 불법 자금을 받아 경선캠프 지역본부장 10명과 현역 국회의원 20명에게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