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로펌 변호사 "의도 없었다…쇠파이프 아닌 고양이 놀이막대"

"목 졸랐다는 사실은 부인…경부압박 사실은 인정"
재판 중 변호사 오열…유족 "연기 그만하라" 분노

둔기로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 2023.12.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이혼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법무법인 출신 변호사 현 모 씨가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 씨의 변호인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피해자를 여러 차례 가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은 인정하지만 살해 의도로 범행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 씨는 지난해 12월 3일 이혼소송을 제기한 뒤 별거 중이던 아내를 주상복합아파트로 불러 주먹과 쇠파이프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현 씨 측은 검찰이 살해 도구로 명시한 쇠파이프 역시 "자녀들이 함께 사용하던 고양이 놀이용 금속 막대"라고 해명했다. 이어 "목을 졸랐다는 건 부인한다"면서도 "경부압박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의 말에 현 씨는 얼굴이 빨개지며 큰 소리로 오열하기 시작했고 방청석을 채운 유족들은 "연기 그만하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재판부는 "(유족들이)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의견에 감정적인 거부감 있을 것이란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는 형사소송법 사법 체계가 용인하는 한도 내에 있다"며 "피고인이 적절하게 죄상·죄책을 밝힐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진정시켰다.

현 씨 측은 검찰의 공소장 내용이 부적절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현 씨 측은 "사건이 발생하기 훨씬 전에 있었던 부부 갈등이 피고인의 살해 동기인 양 적시한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공소장에는 아내에 대한 비하 발언, 외도 의심 등 현 씨가 2013년 결혼 무렵부터 10여년 간 정서적으로 학대한 정황이 담겨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주장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공소를 제기할 때 판사에게 유죄 예단을 심어줄 수 있는, 혐의와 무관한 사실을 적어선 안 된다는 형사소송 규칙이다.

3월 19일 열리는 다음 재판에서는 당시 출동 경찰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피고인 측이 양형 증인으로 피고인의 아버지를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채택 여부를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