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정선엽 병장 유족에 8000만원…국가배상 판결 확정
12·12 당시 국방부 벙커 사수하다 반란 세력에 사살
정부, 항소 포기…유족 4명 2000만원씩 위자료 확정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국가가 12·12 군사반란 당시 국방부 벙커를 사수하다 사망한 고(故) 정선엽 병장의 유족에게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23일 확정됐다. 정 병장의 사연은 최근 흥행한 영화 '서울의봄'을 통해 주목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2단독 홍주현 판사는 앞서 5일 정부가 원고 4인에게 각각 2000만원, 총 8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정부가 항소 기한인 22일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이날 판결이 확정됐다.
정 병장은 1979년 12·12 사태 당시 국방부 지하 B-2 벙커를 지키는 초병으로 근무하다 쿠데타 세력인 공수부대원들에게 사살됐다.
정 병장은 사망 직후 '오인사격'으로 사망했다며 '순직' 처리됐다. 이후 43년이 지난 2022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를 통해 '위법한 무장해제에 대항하다 살해'당한 사실이 인정됐다. 그사이 정 병장의 어머니 한점순씨는 아들 사망의 진상도 알지 못한 채 2008년 세상을 떠났다.
국방부가 진상규명위의 권고에 '전사'로 판명하자 이후 유족이 정 병장의 죽음을 은폐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에는 정 병장의 4형제가 참가했다.
홍 판사는 이날 1심을 선고하면서 "반란군 무장해제에 대항하다 살해돼 전사로 처리해야 함에도 순직으로 처리해 고인의 사망을 왜곡하고 은폐한 사실이 인정된다"라며 국가의 위법행위로 생명의 자유와 유족의 명예가 침해됐다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유족을 대리한 김정민 변호사는 "국가배상법상의 문제로 사망 자체에 책임을 묻지 못해 위자료만 청구했지만 위자료 인정 금액이 적지 않다”며 "사법부가 군사반란을 엄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12·12 당시 사망한 군인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라며 후속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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