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 의혹' 해외 IB 정조준한 검찰…'고의성' 입증 주력
남부지검 '불법 공매도 수사팀' 15일 IB 관계사 압수수색…사건 배당 1개월 만
IB "법 위반하려는 고의 없었다" 주장…홍콩 당국과 사법 공조 필요성 제기
- 서상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해외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고의성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HSBC 홍콩법인과 BNP파리바 홍콩법인 등 해외 IB가 '불법'임을 인지하고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력을 동원하고 있다.
다만 IB들은 "고의가 아니었다"는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현지 당국과의 사법 공조로 직접 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 1·2부는 지난 15일 HSBC증권·BNP파리바증권·HSBC은행 등 해외 IB의 국내 관련 기관을 압수수색했다. HSBC 홍콩법인과 BNP파리바 홍콩법인의 560억원대 불법 공매도 사건을 접수한 지 약 1개월 만이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매입해 빌린 만큼 되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자본시장법에 의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등에 처해질 수 있다.
검찰은 HSBC 홍콩법인·BNP파리바 홍콩법인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형사 처벌까지 이어지려면 불법임을 인지하고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넣었다는 고의성을 검찰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고발 직전까지도 이들 IB는 고의성이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HSBC 홍콩법인 측은 지난해 12월 열린 증권선물위원회에 참석해 "한국의 법을 위반하려는 고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부서간 용어 혼란으로 인한 실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자리에서 BNP파리바 홍콩법인도 "이번 건은 고의가 전혀 없었으며 무차입 공매도를 실행할 동기나 경제적 유인도 전혀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들 IB가 오랜 기간, 많은 종목에 걸쳐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넣은 만큼 최소한 '미필적 고의'는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 해당 IB 두 곳이 공매도 주문을 넣은 종목은 110개에 달한다.
검찰이 HSBC증권·BNP파리바증권·HSBC은행을 강제 수사한 것도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당시 압수수색에서 검찰은 불법 공매도가 이뤄진 것으로 의심되는 기간의 주식 거래 명세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거래 명세는 이미 금융당국이 확보했다는 점에서, 법인과의 소통 내역 등도 같이 들여다봤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시 부족한 주식 수량에 대해선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서로 논의했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나아가 현지 법인에 대한 직접적인 수사로 수사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낸 주체가 현지 법인인 만큼, 국내 관계사 수사만으로는 간접적인 정황 정도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 법인 대표자 등의 의견 청취도 필요하다.
법조계나 금융권에서는 검찰이 이 부분에서 수사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금융 범죄와 관련해 해외 수사·금융 당국이나 금융회사가 협조해 준 사례가 거의 전무할 정도로 공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의 수사 의지는 강력하다. 남부지검은 이달 초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권찬혁)·2부(부장검사 박건영)로 구성된 '불법 공매도 수사팀'을 설치했다.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등 현안이 산적했음에도 금융 수사 인력을 총동원해 수사팀을 꾸린 것 자체가 수사 의지를 보여준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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