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남부지검, 불법 공매도 전담 수사팀 설치…글로벌IB '정조준'
팀장에 권찬혁 금융조사 1부장…2월 평검사 인사 이후 수사팀 확대
카카오·3대펀드 재수사 현안 산적…법조계 "수사 강력 의지"
- 서상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외국계 투자은행의 불법 공매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남부지검이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금융·증권 범죄 수사를 도맡는 금융조사1부와 2부 소속 검사에 금융감독원 파견 인력까지 투입해 '드림팀'을 꾸렸다.
현재 남부지검은 카카오 계열사의 각종 의혹부터 3대 펀드 재수사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한 사람이 아쉬운 상황에서도 전담 수사팀을 꾸린 건 이번 수사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은 이달 초 '불법 공매도 수사팀'을 설치했다. HSBC홍콩법인·BNP파리바홍콩법인 등 2개 외국계 투자은행(IB)의 560억원 규모 불법 공매도 의혹을 도맡아 수사한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매입해 빌린 만큼 되갚는 투자방식이다.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자본시장법에 의해 금지된다.
수사팀에는 금융·증권 범죄 수사에 전문성을 갖춘 금융조사 1부와 2부 소속 검사와 금융감독원에서 파견받은 수사 인력 5명이 합류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팀장은 금융조사1부장인 권찬혁(35기) 부장검사가, 부팀장은 2부장인 박건영(36기) 부장검사가 맡았다.
당초 2개 IB의 불법 공매도 사건은 금융조사2부가 전담해 왔다. 그러다 이달 초 평검사 인사 이후 수사팀 규모를 더 확대한 것이다. 전날 BNP파리바증권·HSBC은행에 금융조사 1·2부가 동시에 압수수색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남부지검이 중량급 수사팀을 꾸린 건 불법 공매도 수사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지난 2021년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생긴 이후 검찰이 맡는 첫 번째 사건이라는 상징성도 크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불법 공매도 근절을 강조하고 있어 수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수사에서 성과를 낸다면 정부의 강경 조치에도 힘이 실리는 것은 물론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등 카카오 계열사 외에 3대 펀드 재수사 같은 현안이 많은데도 수사팀을 꾸렸다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사의 난도가 높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고의성을 입증할 정황을 포착했지만, 당사자가 홍콩에 있어 현지 당국과 공조가 불가피하다. 2개 IB가 공매도 주문을 넣은 종목도 110개에 달한다.
수사팀의 존재감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넣은 글로벌IB를 추가로 적발해 조사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IB의 불법 행위뿐만 아니라 무차입 공매도 세력까지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팀 규모가 크다는 건 그만큼 수사할 게 많다는 의미"라며 "무차입 공매도 행위뿐 아니라 이로 인해 이득을 본 이들이 누구인지까지도 들여다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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