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대 퇴소하니 또 형제복지원 끌려가…法 "국가가 배상"
부마항쟁 때 불법 구금…삼청교육대·형제복지원에도 수용
법원 "3억원 배상" 명령…"피해회복 위한 노력·조치 없어"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부마민주항쟁 당시 불법 체포·구금됐다가 풀려난 뒤 삼청교육대,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던 피해자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13단독 이세창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의상실 직원이었던 A씨는 1979년 부산 국제시장 인근에서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불법시위 동조 혐의로 체포된 뒤 즉결심판으로 구금돼 13일 만에 풀려났다.
이듬해 7월 A씨는 경찰에게 다시 연행돼 부산에 있던 삼청교육대에 입소했다. 이곳에서 A씨는 한 달 가까이 가혹행위를 당하다 퇴소했다.
이후에도 A씨는 1983~1986년 3차례에 걸쳐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다. 형제복지원 담벼락 보수공사, 작업장 노역에 동원됐던 A씨는 1986년 10월에야 작업장에서 탈출했다.
재판부는 불법 구금, 삼청교육대·형제복지원 수용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모두 인정하며 국가가 A씨에게 3억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부마민주항쟁 당시 구금과 관련해 "긴급조치 9호는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 작용은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삼청교육대에 관해서는 "A씨는 위헌·무효인 계엄 포고에 따라 영장 없이 체포·구금돼 가혹행위를 당하는 등 신체의 자유,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했다"며 "이와 관련된 공무원의 직무행위는 객관적 정당성이 없을 뿐 아니라 공권력을 남용한 위법한 직무행위"라고 봤다.
형제복지원 수용에 대해서도 "신체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행복추구권·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당했다"며 "국가는 이 같은 실상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구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거듭된 불법행위에 의해 A씨는 장기간 구금돼 가혹행위·강제노역에 시달렸고 이로 인해 조현병이 발병·악화했다"며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평범한 20대 청년이었던 A씨가 겪었을 육체·정신적 고통은 상당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국가는 장기간 피해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원은 지난해 12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책임을 처음 인정한 뒤 지난달에도 국가 배상 판결을 한 바 있다. 법무부는 두 판결에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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