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소규모재건축조합 임원, 도시정비법으로 처벌 못해"

조합장, 조합원총회 의결 안 거치고 자금 차입해 기소
1심 무죄→2심 선고유예…대법 "법리 오해" 파기환송

대법원. (뉴스1 DB)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라 설립 인가를 받은 소규모재건축조합 임원은 도시정비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광주 북구의 소규모재건축사업조합 조합장인 A씨는 조합원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2019년 6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8차례에 걸쳐 3935만7460원을 차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 도시정비법 45조는 소규모주택정비사업조합의 임원은 자금을 차입할 경우 자금의 차입과 방법, 이자율, 상환 방법 등에 대해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137조는 총회 의결사항에 관한 사업을 임의로 추진한 조합 임원을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대법원은 도시정비법이 아닌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라 설립 인가를 받은 소규모재건축조합의 조합 임원을 도시정비법 137조를 적용해 처벌할 수는 없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소규모주택정비법은 조합의 법인격·정관·임원 등에 관해 도시정비법 45조 1항 2호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정비법 137조를 준용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소규모주택 재건축 사업에 관해서는 소규모주택정비법이 다른 법률에 우선해 적용된다.

대법원은 "소규모주택정비법은 61조 1호에서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사업을 임의로 추진한 조합 임원을 처벌하도록 따로 규정한다"며 "원심 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창립총회 의결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부담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된 상태에서 추후 자금을 차입할 것을 의결했으므로 이는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A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창립총회는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 및 등기 전 개최된 회의로, 위 회의에서 이루어진 결의는 조합의 결의가 아니라 소유자 총회의 결의에 불과하다"며 "시공자 선정 전 자금을 자체 조달한다는 것 이외에 대출금의 범위나 이율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봤다.

또한 "피고인은 소규모주택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으로서 차입행위를 하면서 사전 의결을 거치지 않았고 차입 자금의 합계액이 적지 않으며 유사한 시기 동종 범행을 저질러 벌금형을 선고받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조합의 자금 운용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이 범행에 이른 경위에 일부 참작할 사정이 있고, 피고인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공소 제기 이후 개최된 총회에서 조합 차입금에 대해 추인 결의를 했다"는 점을 감안했다.

maum@news1.kr